28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KIA-한화전. 신구장 개막전에 만원 관중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한화 마무리 김서현(21)이 던진 공이 18.44m를 쏜살같이 날아갔다. 헛스윙 삼진. 주황색 물결이 야구장 가득 일렁였다. 한화(2승4패)가 팀 창단 40년 만에 새로 맞이한 신구장에서 전년도 우승팀 KIA(2승4패)를 7대2로 꺾고 4연패 수렁에서 벗어났다. 새 구장 첫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 경기에서 거둔 승리라 의미가 남다르다.

28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는 인피니티풀 등 일부 좌석을 제외한 1만7000석(최대 수용 인원 2만7명)이 모두 들어찼다. 한화는 KIA에 2점을 먼저 내주며 끌려갔지만 ‘약속의 7회’를 만들었다. 2사 상황에서 김태연(28)이 1점 아치를 그리며 대역전 서막을 알렸다. 이후 세 타자가 연속 볼넷으로 출루한 2사 만루에서 황영묵과 최인호가 또 다시 밀어내기 볼넷과 몸에 맞는 볼을 얻어내며 3-2 역전. 다음 타석에 들어선 건 외인 에스테반 플로리얼(28).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056으로 부진해 일부 관중은 술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상대 투수 이준영(33)의 129km 슬라이더를 받아쳤다. 5-2로 달아나는 2타점 적시 2루타. 한화는 8회에도 2점을 더 뽑아내며 7-2로 앞섰다. 9회에는 마무리 보직으로는 처음 등판한 김서현이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팀 승리를 지켰다. 이날 선발로 나선 코디 폰세(32)는 7이닝 2실점 탈삼진 8개 빛나는 활약을 보여줬다.

KIA는 3연패에 빠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188로 부진했던 KIA 외인 패트릭 위즈덤(32)이 홈런 1개 포함, 2타점으로 활약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에이스 제임스 네일(32)도 6이닝 무실점으로 제 몫은 다했다.

이날 대전 경기장 주변은 경기 시작 4시간 전부터 이미 들썩였다. 새 둥지에서 독수리 군단의 비상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겠다는 열망이 모였다. 한화 유니폼을 입은 팬 수천 명이 모여들어 입장 줄은 한때 200m 이상 늘어나기도 했다. 한화 구단은 이날 입장한 관중에게 모두 역대 한화 엠블럼을 그려넣은 주황색 수건을 나눠줬는데, 팬들은 수건을 머리에 쓰거나 목에 휘감고 인증 사진을 찍는 등 40년 만의 축제를 마음껏 즐겼다. “이대로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라는 반응도 나왔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경기장을 가득 메워준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전신 빙그레 이글스 창단(1986년) 때부터 한화를 응원해 왔다는 윤석헌(58)씨는 “40년간 정들었던 전 구장(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을 떠나 아쉽기도 하지만 새 구장에 직접 와보니 정말 근사해서 감격스럽다”고 했다. 대전 한밭야구장 시절부터 한화 야구장에서 20년째 분식집을 운영 중인 김가연(59)씨는 “인생의 20년을 한화 야구와 함께해서 그런지 뜻깊은 날이다. 매출도 같이 늘어나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시구 행사도 뜻깊었다. 한화 과거와 현재가 만났다. 영구결번 지정자인 송진우(21번)·장종훈(35번)·정민철(23번)·김태균(52번) 4명이 공을 던졌고 주축 선수 류현진(38)과 노시환(24) 등이 공을 받았다.

LG(6승)는 창원에서 NC(3승3패)를 8대4로 누르고 개막 6연승을 달리면서 단독 1위를 굳건히 했다. 오지환(35), 문성주(28), 김현수(37) 등 주전을 대거 선발에서 뺐지만 여전한 위력을 과시했다.

키움(3승3패)은 고척에서 SSG(4승2패)를 9대3으로 꺾고 3연승 가도를 달렸다. 유력한 최하위 후보로 꼽혔으나 야시엘 푸이그(35)·루벤 카디네스(28) ‘2용(용병)타’를 필두로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푸이그는 이날 1회 1점 홈런을 때려냈다. 첫 등판에서 3이닝 8실점 부진했던 키움 케니 로젠버그(30)는 7이닝 2실점 호투를 펼치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두산(2승4패)은 삼성(3승3패)을 2대0으로 제압했다. 이날 경기가 열린 잠실은 LG 개막 5연전에 이어 2만3750석이 또 모두 들어차면서 개막 이후 연속 경기 매진 신기록을 또 세웠다. 부산에선 KT(4승2패)가 롯데(1승5패)를 2대0으로 누르고 2연승을 달렸다. 롯데는 단독 최하위로 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