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프로야구 ‘잠실 라이벌’ 희비가 극명하다. 2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는 LG는 개막 후 7연승 단독 선두. 두산은 연패를 거듭하며 최하위다.

프로야구 LG 선수들이 지난 27일 잠실 홈경기에서 한화에 2대1로 승리한 뒤 신나게 손바닥을 맞추고 있다. LG는 팀 창단 최다인 개막 후 7연승으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뉴스1
프로야구 두산 선수들이 지난 27일 수원 원정 경기에서 KT에 3대4로 패한 뒤 씁쓸한 표정으로 퇴장하고 있다. 두산은 투타 불균형으로 최하위에서 허덕이고 있다. /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LG는 선발 투수진 호투에 화끈한 공격력이 박자를 맞췄다. 31일 현재 LG는 팀 타율 리그 3위(0.303), 팀 평균자책점은 1위(1.86)에 올라 있다. 팀 OPS(출루율+장타율)도 리그 1위(0.903)다. 유영찬·장현식 등 핵심 불펜 부상 공백이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치리노스-손주영-에르난데스-임찬규-송승기로 이어지는 선발진은 7경기 1.50. 임찬규가 지난 26일 한화전에서 생애 첫 완봉승을 거두고, 27일 프로 첫 선발 등판한 송승기가 7이닝 무실점 ‘깜짝투’로 활기를 더 불어넣었다.

선발진 전원이 매번 6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지난 29일 NC전 6이닝 4실점한 손주영을 제외하면 개막 6경기 연속 선발 QS(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타선은 4번 타자 문보경이 타율 0.375에 홈런 4개를 기록하며 홈런 공동 1위에 오르는 선봉에 섰다. 리그 3년 차 외인 오스틴 딘도 0.333 3홈런 7타점으로 건재하다.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찬 신민재(0.438 8타점)와 ‘만년 유망주’ 송찬의(0.364 1홈런 2타점)도 쏠쏠한 활약을 보였다.

수비까지 견고하다. 7경기에서 실책 2개. 팀 수비율(0.992)은 단연 1위다.

이번 주 KT와 경기를 앞두고 역대 개막 최다 연승에도 도전장을 냈다. 2003년 삼성 라이온즈와 2022년 SSG 랜더스가 작성한 10연승이다.

아웃집 두산은 울상이다. 8경기 2승에 그쳤다. 외인 선수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하고 ‘야수 리빌딩’을 선언하며 변화에 나섰지만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는 모양새다.

메이저리그 현역 선발 투수 출신 콜 어빈과 잭 로그를 ‘원투 펀치’로 내세웠지만 개막 2연전 SSG에 연패를 당했다. 이어 KT와 수원 원정 3연전과 지난 주말 삼성과 홈 3연전에서도 각각 1승 2패. 특히 삼성에 2대13, 2대3으로 무기력하게 무너지자 “과거 ‘허슬두’라 불리던 악착같은 모습이 사라졌다”는 실망이 쏟아졌다.

핵심 선발인 곽빈과 불펜 홍건희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필승조 불펜 이병헌에 최지강마저 부상을 입어 정상 전력은 아니다. 이를 두고 “작년에 불펜들이 잦은 연투 등으로 혹사된 영향이 올 시즌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팀 타율은 0.223으로 리그 8위. 핵심 타자인 양의지가 0.174(23타수 4안타), 김재환 0.242(33타수 8안타 1홈런), 양석환은 0.231(26타수 6안타)로 해결사 노릇을 못하고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인상적이었던 김민석은 0.192, 새로운 주전 2루수로 기대받은 오명진은 4경기 13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올 시즌 리그 MVP 후보로까지 거론된 투수 어빈은 지난 22일 SSG와 개막전에서 5이닝 4실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이후 28일 삼성전(7이닝 무실점)에서 부활했으나 삼성 박병호와 설전을 벌여 경기 외적으로 구설에 올랐다. 잭 로그는 개막 후 2경기에서 12이닝 8실점 12피안타 5볼넷으로 2패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외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는 8경기 28타수 6안타(타율 0.214)에 무홈런이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시리즈 완패로 퇴임 압박을 받았던 두산 이승엽 감독으로선 이번 주 반등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자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