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으로도 팬들을 설레게 했던 이들이 지금은 팀의 아픈 손가락이 돼버렸다. 오승환(43·삼성), 구승민(35·롯데), 정우영(26·LG).

지난 3월 15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시범경기 KIA와 삼성의 경기. 투구하는 삼성 오승환. /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

KBO 통산 최다 세이브(427개), ‘끝판왕’이라는 별명. 오승환은 명실상부한 리그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다. 그러나 세월 앞엔 어쩌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초반엔 위용을 되찾는 듯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무너졌다. 블론 세이브만 8개(최다).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지난달 모친상을 당하고 2군에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성적은 참담했다. 퓨처스리그 5일 롯데전에서 1이닝 5피안타 4실점, 9일 KT전에서는 1이닝 6피안타(1홈런) 5실점. 두 경기 합계 2이닝 11피안타 평균자책점 40.5이다. 1군도 아니고 2군에서도 ‘끝판왕’이라는 별명이 무색한 수준이다.

현역 최고령 선수이자 삼성과 지난해 1월에 2년 22억원에 재계약을 맺었지만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구단은 “심리적 회복과 구위 점검이 더 필요하다”면서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3월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대 LG 트윈스의 경기. 8회말 롯데 구승민이 공을 던지고 있다. /뉴시스

롯데 구승민은 지난겨울 2+2년 최대 21억원 계약을 맺고 팀에 잔류했다. 안정적인 불펜 운용을 위한 핵심 카드였다. 그는 2022년 홀드 1위(27개)에 오르며 리그 최정상급 셋업맨으로 명성을 쌓았다. 그러나 잦은 부상과 기복 있는 구위로 지난해부터 기세가 꺾였다. 운도 따라주지 않는다. 지난달 9일 KIA와 시범 경기에서 타구에 왼쪽 정강이를 맞고 조기 강판됐다. 이어 지난달 23일 LG전에서 3분의 2이닝에 4실점. 구승민은 개막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퓨처스리그 2일 NC전에서는 1이닝 2피안타 1홈런 1실점, 이어 10일 고양전에서도 1이닝 2피안타를 허용했다. 퓨처스리그 2경기 합계 2이닝 4피안타 1피홈런 1자책점. 볼넷은 없지만 결정구가 부족하고, 출루를 쉽게 허용하며 위력적인 모습은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었다.

지난 3월 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시범경기. LG 정우영이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LG 정우영은 사이드암에서 뿜어져 나오는 최고 시속 157㎞ 싱커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2019년 신인왕, 2022년에는 홀드왕(35홀드)에 오르며 명실상부 팀의 승리조 핵심이었다. 그러나 2023년 이후 제구 불안이 심화되며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해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까지 받았다. 지난해 27경기 2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4.76으로 아쉬운 성적을 남긴 정우영은 연봉이 3억2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깎였다. 올해 그는 반등을 위해 미국 유학까지 다녀왔다. 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의 성적은 여전히 불안하다. 2일 두산전 3분의 2이닝 3볼넷 1탈삼진 4실점(비자책). 피안타는 없었지만 제구가 흔들리며 폭투까지 기록했다. 앞선 지난달 30일 한화전에서도 1이닝 3피안타 2실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