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은 자주 빗나간다. 야구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개막한 프로야구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 올 시즌은 전체 일정 14%(20경기)를 넘어서면서 개막 전 예상과 다른 판도가 펼쳐지고 있다.

초반 특징은 역시 올해 왕좌 탈환을 노리는 LG의 독주 체제다. 당초 1강으로 꼽히던 ‘디펜딩 챔피언’ KIA를 제치고 2위 KT에 5.5경기 차로 앞서며 1위를 지키고 있다. 2위 KT와 공동 8위 두산·KIA 간 격차는 16일 현재 2.5경기 차. 최하위 키움(8위와 2경기 차)이 약간 처지긴 하지만 ‘가을 야구’ 사정권인 공동 4위 롯데·삼성과 3.5경기 차에 불과해 앞으로도 치열한 순위 경쟁이 예고된다. ‘1강 9중’으로 요약되는 모양새다.

◇공·수·주 모두 탄탄해진 LG, 역대급 스타트 끊었다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5회말 LG 공격 무사 주자1,2루 상황 박동원이 3점 홈런을 치고 기뻐하고 있다./뉴스1

LG는 16일 잠실에서 삼성을 12대2로 대파하며 개막 후 19경기에서 16승을 달성했다. 올 시즌 전 FA로 LG에서 삼성으로 이적한 뒤 처음 친정을 찾은 삼성 선발 최원태(3과 3분의 1이닝 6피안타 6실점 4볼넷)를 난타하며 마운드와 타선 모두 삼성을 압도, 위닝시리즈(3전 중 2승)를 확정했다. LG 선발 임찬규는 6이닝 7피안타 2실점으로 시즌 4승으로 다승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박동원이 홈런 2개를 때려내며 4타수 3안타 5타점으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KBO리그 사상 개막 후 19경기에서 16승을 거둔 건 2020시즌 NC 이후 올해 LG가 처음이다. NC는 2020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고 개막 후 18경기 15승을 했던 2022시즌 SSG도 그해 통합우승을 했으니 LG로선 우승 탈환을 위한 쾌조의 출발을 한 셈이다.

LG의 독주는 당분간 이어질 거란 전망이 높다. 팀 타율 1위(0.283), 팀 평균자책점 1위(2.50), 팀 실책 최소(5개) 등 선발진과 불펜, 타격과 수비 어느 하나 빈틈을 찾기 힘들다. 5월 이후 유영찬, 함덕주 등 막강 구원 투수들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더 무서운 팀이 될 전망이다.

당초 KIA의 대항마로 꼽히던 삼성은 이날 4연패로 공동 4위(10승10패)로 내려앉았다. 탄탄한 선발진과 막강한 장타력, 끈끈한 수비는 여전하지만 개막 전 우려가 나온 불안한 불펜과 원정만 가면 물방망이가 되는 타격에 SSG, KT, LG에 연달아 발목을 잡혔다.

1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리그 SSG와 한화의 경기. 8회 3점 홈런을 날린 한화 노시환./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

한때 최하위로 추락했던 한화는 지난주부터 타격감이 되살아나며 이날 SSG에 10대4로 승리, 3연승을 거뒀다. 노시환이 홈런 2개 5타점(5타수 3안타)을 쓸어담고 부진하던 채은성이 4타수 3안타 2타점 활약하며 SSG의 추격을 따돌렸다. 어느덧 10승 11패로 6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문현빈(타율 0.300) 등이 깜짝 맹타를 휘두르고 개막 초 부진하던 외인 타자 플로리얼도 이날 4타수 2안타 1타점 최근 8경기 연속 안타로 완전히 반등했다. 마무리로 보직을 바꾼 김서현(4세이브 1홀드)이 11경기 무실점 행진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기대감을 부풀린다.

개막 전 하위권으로 평가받던 SSG는 이날 3연패에도 3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선발로 부활한 문승원, 노경은과 마무리 조병현을 중심으로 이로운, 김민 등이 버티는 탄탄한 마운드가 원동력이다. 올해 주장이 된 김광현과 베테랑들이 팀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단다.

다만 이날 한화에게 연패를 당하며 9승 8패 불안한 3위다. 잠시 삐끗하면 순식간에 하위권으로 추락할 수 있다. 개막 전 부상으로 빠져 있는 최정과 외인 선발 미치 화이트가 조만간 부상에서 복귀하면 안정감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부상 병동 KIA 언제 반등할까

개막 전 ‘극강(極强)‘으로 평가받던 KIA는 김도영의 개막 초 부상과 불펜진 난조로 시즌 초반 예상 외의 부진에 빠져있다. 타격도 지난 시즌 같은 폭발력(팀 타율 0.235·4위)이 사라졌다. 이날도 KT 선발 오원석(6이닝 1피안타 무실점)에 타선이 봉쇄되며 0대3 완봉패, 공동 8위(8승11패)로 떨어졌다. 불펜 대부분이 불안한데 긴 부상에서 복귀한 선발 윤영철(2패 평균자책점 24.00)도 부진하고 양현종(3패 평균자책점 6.64)도 시즌 초 고전하고 있다. 최근 핵심 불펜 투수 곽도규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는 등 악재가 이어진다.

다만 외인 에이스 네일(2승 평균자책점 0.29)이 건재하고 홈런 단독 1위(7개)인 외인 타자 위즈덤이 있다. 김도영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7월 전후로 정상 궤도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KIA전. 2회초 무사 강백호가 솔로홈런을 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슬로 스타터’로 통하던 KT는 이날 KIA에 완승, 10승 8패 1무로 리그 2위에 올랐다. 선발 오원석의 호투 속에 이날 4번 타자로 나선 강백호가 2회에 친 솔로 홈런이 결승포가 됐다.

KT는 외인 투수 헤이수스를 비롯해 부상에서 돌아온 선발 소형준의 활약이 이어지는 선발진을 비롯해 세이브 리그 1위 박영현(1패 7세이브), 홀드 공동 1위 김민수(7홀드)를 필두로 한 불펜도 탄탄해 현재로선 어느 팀이든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이다.

시즌 전 다크호스로 꼽히던 롯데도 주전의 부상·부진 속에서도 국내 선발 박세웅(3승)과 김진욱, 나균안의 예상 밖 선전과 시즌 전 두산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내야수 전민재(타율 0.397·리그 1위)와 구원투수 정철원(1승1패 7홀드)의 활약으로 공동 4위(10승10패1무)까지 상승했다. 전반적인 경기력은 작년처럼 여전히 오락가락하지만 불펜이 일순간에 무너지면서 역전을 당하는 경기가 줄었다. 윤동희, 박승욱의 부진과 손호영의 부상 공백도 전민재와 김민성 등을 발탁한 김태형 감독의 화수분 야구로 공백을 지우고 있다.

이날도 키움 상대로 외인 선발 반즈의 호투(7이닝 5피안타 2실점)와 15안타를 몰아친 타선의 힘으로 6대4로 승리, 2연승을 달렸다. 팀 타격(0.278·리그 2위)이 살아나는 가운데 마무리 김원중이 6세이브(리그 2위)로 시즌 초반 질주하고 있다.

2023시즌 롯데에 FA로 이적한 이후 부진과 부상을 겪던 ‘80억 포수’ 유강남도 시즌 초반 타율 0.357로 활약하며 부활할 조짐이다. 구승민, 최준용 등 기존 불펜 핵심들이 부상에서 돌아오면 지금 롯데는 상위권 진입까지 노려볼 만한 기세다.

◇하위권 NC·두산·키움, 반등이 절실하다

반면 올 시즌 카데나스와 푸이그 두 외인 타자와 신예들을 대거 중용하며 돌풍을 기대한 키움은 3연패에 빠지며 최하위(7승 14패)에 머물렀다. 타선은 나쁘지 않고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 고졸 선발 정현우(2승 평균자책점 4.80)가 활약하고 있지만 마운드 전반이 난조(팀 평균자책점 6.05·리그 10위)다.

7위 NC(16경기 7승 9패)와 공동 8위 두산(19경기 8승 11패)도 고전하고 있다. NC는 베테랑 손아섭(타율 0.389·리그 2위)을 필두로 야수들이 맹타(팀 타율 0.266 리그 3위)를 휘두르지만 키움처럼 선발과 불펜 등 마운드 난조(팀 평균자책점 5.18·리그 9위)가 뼈아프다. 지난달 말 홈 구장에서 발생한 구조물 추락 사망 사고 여파로 계속해서 원정 경기를 치르는 것도 악재다. 두산은 핵심 선발 곽빈과 불펜 홍건희 등이 부상으로 빠진 데다 과감하게 기용했던 김민석, 오명진 등 신인 야수들이 기대에 못 미쳐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