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두산 이영하가 역투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08

[잠실=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성공해도 때로는 욕을 먹는 게 투수교체다. 더그아웃 내부에서만 공유되는 정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겉에서 보이는 상황만 가지고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6점차' 필승조 운용은 이례적이기 때문에 한 번 짚어볼 만하다.

2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두산과 KT의 경기, 8회말 1사 1루 두산 이영하가 KT 문상철을 병살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친 뒤 환호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3.26

두산은 18일 잠실 KIA전 7대1로 완승했다. 넉넉한 승리이지만 7회초까지 3점 차였다. 사실상 접전 승부였으며 KIA가 불펜 A조 투입을 포기하고 나서 벌어진 경기이다.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승리한 두산 선수들과 이승엽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4.18

두산은 7-1로 6점 앞선 8회초, 필승조 이영하를 올렸다.

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두산의 경기, 7회초 2사 1,2루 위기를 넘긴 두산 이영하가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5.04.02

이 장면만 놓고 보면 의아하다. 필승조는 보통 리드 폭이 3~4점차 이내일 때, 경기 흐름에 따라 5점차 까지도 나오기도 한다. 대개 6점차는 필승조를 아끼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시즌 초반이고, 굳이 넉넉한 상황에 체력을 소모했다가 나중에 정작 중요한 시기에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 곤란하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이영하를 충분히 올릴 만했다. 경기가 갑자기 급박하게 돌아갔다.

선발투수 콜 어빈이 4-1로 쫓긴 7회초, 1사 후에 2루타를 맞았다. 두산은 이때까지 1점씩 짜내면서 간신히 점수 차를 벌려왔다. 7회부터는 어빈이 언제 교체될지 모르기 때문에 필승조는 전원 스탠바이다.

최지강 이영하가 먼저 몸을 풀었다. 두산이 더 도망가지 못하면 7회부터 최지강 이영하에 9회 김택연으로 마무리하는 수순이다. 최지강이 만회점을 허용했다면 이영하가 7회에 바로 붙을 수밖에 없다. 이영하는 이미 올라갈 준비까지 다 마쳤다.

최지강이 7회를 무난하게 넘기면서 1차 적생경보가 해제됐다. 8회초는 당연히 이영하 차례다.

그런데 7회말 두산 공격 때 상황이 또 변했다. 케이브의 적시타로 5-1이 됐다. 잠시 후 양석환의 2타점 2루타까지 터지면서 승부가 사실상 기울었다.

하지만 점수가 갑자기 벌어지면서 다른 투수들이 몸을 완전히 풀기에는 시간이 다소 촉박했다.

이영하를 아끼자고 팔이나 어깨가 덜 풀린 선수를 점수 차에 따라 기계적으로 올릴 수는 없다. 부상 위험이 있고 혹시나 2점 3점을 주게 되면 결국에 이영하는 물론 김택연까지 나와야 한다. 3연전 첫 경기인만큼 누를 때 확실히 눌러야 한다. 경기 막판 혹여나 타격감 살려줬다가 이득 될 것이 없다.

또한 이영하는 12일 등판 이후 5일이나 쉬었다. 불펜에서 준비를 다 끝낸 이상 마운드에 올라가서 던져야 컨디션이 유지되는 투수들도 있다.

상황이 안정화가 된 9회 6점차에도 마무리 김택연이 올라왔다면 논란일 수 있다. 두산은 9회에 신인 홍민규에게 경험치를 주면서 승리를 지켰다. 8회 이영하 등판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운영이다.

잠실=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