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농구 최준용(28·서울SK)은 거침이 없다. 선배들이 건네는 농담이 재미없다 싶으면 ‘옛날 사람’이라며 무안을 준다. 프로 4년 차이던 2019년에는 “한국 농구에 문제가 많다. 너무 강압적이다”라는 소신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15일 개막하는 KBL(한국농구연맹) 2022-2023시즌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새 시즌 주목할 선수’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 “바로 나 자신. 다른 팀이 나를 어떻게 막으려 달려들지 기대된다”고 했다.
‘밉상’ 같아 보이지만, 최준용은 코트 위에서 말뿐이 아님을 증명해낸다. 길게 뻗은 팔다리로 성큼성큼 걸어가 덩크를 찍는다. 큰 키에 외곽 슛까지 겸비했다. 코트에서 오가며 ‘도움 수비’도 뛰어나다. 지난 시즌 정규 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할 만큼 개인 기량을 인정받았고, 소속팀 서울 SK를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을 이끌면서 ‘이길 줄 아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준용의 욕심은 아직 채워지지 않았다. 새 시즌을 준비하며 평소보다 훈련량을 늘렸다고 한다. 이번 여름 미국에서 미프로농구(NBA) 진출을 도전하던 이현중과 함께 훈련하며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다. 발바닥 부상으로 개막 후 6주가량 결장하는 최준용은 “내가 들어가는 순간 (시즌)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했다.
수원 KT 양홍석(25)은 지금껏 뛰어온 팀에서 ‘홀로 서기’를 시작한다. 지금껏 돌격대장 허훈(27)의 뒤를 받쳐주는 만능 살림꾼 역할에 만족했지만, 허훈이 군 입대하면서 팀을 이끌 중책을 맡게 됐다. 양홍석은 이달 초 컵대회에서 외국인 선수 랜드리 은노코, 주전 센터 하윤기가 없음에도 공·수 양면에서 활약하며 전승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훈이 형이 없어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이제 나도 내 목소리를 낼 위치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보컬 리더’로서의 임무도 수행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허웅(29)은 원주DB에서 전주KCC로 팀을 옮겼다. 허재 고양 캐롯 대표의 아들이자 허훈의 형인 허웅은 최근 3시즌 연속 인기상을 받는 등 매 경기 관중석을 가득 메우는 KBL 최고 스타다. 하지만 만개하는 인기와 개인 기량과 달리 소속 팀 성적은 좋지 않았다. DB는 허웅이 군 제대하고 주포로 자리 잡기 시작한 2018-2019시즌부터 지난 시즌 까지 네 시즌 동안 8위 두 번, 9위를 한 번 했다. 2019-2020시즌엔 리그 1위를 달렸지만, 운 나쁘게도 코로나로 시즌이 조기 종료된 탓에 결말을 보지 못했다. ‘도와줄 선수가 없었을 뿐, 기량은 최고’라는 호평과,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다’는 비판을 함께 받았다.
결국 허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용산중-용산고에서 뛰면서 각종 트로피를 휩쓸었던 선배 이승현(30)과 함께 KCC에 합류했다. 든든한 ‘보디가드’를 얻은 허웅은 이제 성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과제를 얻었다. 허웅은 “기대에 걸맞은 팀 성적으로 보답을 하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프로 10년 차에 첫 ‘에이스’가 된 선수도 있다. 신생 팀 고양 캐롯으로 팀을 옮긴 전성현(31)이다. 2013년 안양KGC에 데뷔해 초반에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꾸준히 성장해 지난 시즌엔 177개 3점슛을 꽂아 넣으며 KBL 단일 시즌 최다 3점슛 신기록을 세웠다. KBL 컵대회에서는 집중 견제 속에 수비를 몰고 다니며 동료들의 슛 기회를 만들어냈다. 전성현은 상대 견제가 늘어난 것에 대해 “팀 동료와 대화를 많이 하면서 호흡을 맞추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그때그때 고쳐야 할 부분들을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KBL 2022-2023시즌은 15일 오후 2시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던 서울SK와 안양KGC의 재대결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