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과 손흥민을 과감하게 동시에 기용한 평가전. 이강인은 돋보였지만 손흥민이 부진했다. 결과는 패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루과이와 가진 경기에서 1대2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0대1로 뒤지던 후반 6분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이 이기제(수원)의 공을 받아 만회골을 넣었지만, 후반 18분 프리킥 상황에서 결승골을 허용했다. 한국은 이후 김영권(울산), 오현규(셀틱)가 차례로 골망을 흔들었지만 모두 비디오판독(VAR) 끝에 취소돼 아쉬움을 삼켰다. 우루과이는 리드를 잡은 뒤로는 본격적으로 골문을 걸어 잠갔고 한국은 줄기차게 두드렸지만 뚫지 못했다. 우루과이전 상대 전적은 1승2무7패로 여전히 절대 열세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은 한국이 25위, 우루과이가 16위다.
한국은 클린스만 체제에서 마수걸이 승리도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한국은 앞서 24일 콜롬비아와 평가전(울산)에서 2대2로 비긴 바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기분은 썩 좋지 않다. 누구나 지는 걸 싫어하기 때문”이라면서도 “과정은 좋았다. 선수들의 장점이 더 극대화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구 대표팀은 오는 6월 A매치(국가 대항전) 기간에 다시 소집된다.
◇위협적이었던 ‘선발 이강인’
클린스만 감독이 공언했던 ‘공격 축구’는 이날도 이어졌다. 앞서 클린스만 감독은 “나는 공격수 출신으로 1대0으로 이기기보다 4대3으로 이기는 걸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초반 우루과이가 리드를 잡자 한국은 바로 공격 속도를 높여 흐름을 가져왔고, 후반엔 상대 왼쪽을 집중적으로 허물었다.
한국 공격 중심엔 이강인(마요르카)이 있었다. 이강인은 지난 콜롬비아전에선 벤치에서 출발, 후반 그라운드를 밟았다. 하지만 이날엔 클린스만 감독 선택을 받아 선발로 나섰고 초반부터 위협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이강인은 탁월한 시야와 감각을 바탕으로 동료를 제대로 보지 않고도 정확히 공을 뿌렸고 긴 패스로 공격 방향을 수시로 전환했다. 상대 2~3명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공간을 만들어 슈팅을 했다.
후반 교체 투입된 오현규도 돋보였다. 비디오판독 결과 골이 취소되긴 했지만 이강인이 건넨 공을 받아 몸을 돌린 후 상대 수비를 허무는 슈팅을 날렸다. 마르셀로 브롤리 우루과이 감독은 “한국은 능력 있는 좋은 선수들을 많이 보유한 팀이다. 한국은 좋은 조직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날 주로 중앙에서 활동했지만 상대 수비에 막혀 제대로 된 슈팅을 가져가지 못했다.
◇상대 압박에 실수 연달아
한국은 홈이라는 이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 에이스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했다. 발베르데는 모든 능력이 완벽해 ‘육각형 미드필더’로 불리는 선수. 그는 코너킥으로 우루과이의 선제골을 이끌었고 날카로운 슈팅으로 한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한국 팬들은 발베르데의 모습이 전광판에 나오거나 그가 공을 차면 야유를 했지만 발베르데는 아랑곳 않고 실력을 발휘했다. 그는 과거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인종차별적 행위를 하고 2022 카타르 월드컵 때는 이강인을 과격하게 다뤄 한국 팬들 미움을 산 선수다.
이번 경기에서 한국은 상대 압박을 효율적으로 풀어 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우루과이는 주요 선수인 다르윈 누녜스(리버풀), 에딘손 카바니(발렌시아)가 각각 부상과 징계로 한국 원정에 나서지 못했음에도 발베르데를 필두로 초반부터 높이 올라와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빌드업은 흐트러졌고 실수도 잇따랐다. ‘철 기둥’ 김민재(나폴리)마저 공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A매치 기간 한국과 똑같이 우루과이와 콜롬비아(17위)를 상대한 일본(20위)도 1무 1패를 기록했다. 일본은 앞서 24일 우루과이와 1대1로 비겼고 이날 콜롬비아에 1대2로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