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내 갈등과 충돌이 외부에 알려지고 이를 축구협회가 이례적으로 바로 시인하고 구체적 상황까지 설명한 대목을 두고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처음으로 보도한 매체는 한국이 아닌 영국 대중지 더선. 축구와 관련한 소식을 자주 전하긴 하나 과장과 억측이 많아 재인용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축구협회가 비교적 소상히 선수들간 마찰을 설명하고 나선 것. 결국 더선 보도는 한국 매체들을 통해 그 파장이 증폭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들이 싸울 당시 먼발치에서 그 광경을 지켜볼 뿐 별다른 후속 대응을 하지 않았고, 경기 당일 날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아시안컵 우승’을 향한 길목에서 중대 사고가 터졌는데 응급 조치 없이 망가진 차를 끌고 경주에 나선 셈이다.
문제는 아시안컵 4강 졸전 이후 클린스만과 그를 선임한 결정권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에게 비난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축구협회는 이 과정에서 별다른 대응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내부적으로 클린스만 거취에 대해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선수 갈등 문제만큼은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여주자 “정몽규 퇴진론으로 쏠린 시선을 선수들에게 돌려 물타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자연스레 터져나오는 지경이다. ‘경질 위기에 처한 클린스만이 현지 매체에 흘린 것 아니냐’ ‘축구협회가 선수들에게 책임을 돌리기 위해 일부러 유출했다’ 등 음모론까지 힘을 얻고 있다.
정 회장은 아시안컵이 끝나고 아직 클린스만 거취는 물론 선수들 문제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이다. 고심 중이긴 하나 외부로 전달하는 메시지는 없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임원 회의와 전력강화위원회에서 나온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다음 주 안으로 매듭이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