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조현우가 29일 2024 K리그 MVP 트로피를 들고 웃고 있다. /뉴스1

최근 8년간 K리그 최고 골키퍼는 늘 조현우(33·울산HD)였다. 대구 소속으로 1부에 승격했던 2017년부터 올해까지 조현우는 단 한 차례도 K리그 베스트11의 수문장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하지만 MVP(최우수 선수)는 늘 필드 플레이어의 몫이었다. 울산이 2년 연속 우승을 이뤘던 지난해엔 내심 기대를 가졌으나 팀 동료인 수비수 김영권(34)의 차지가 됐다.

울산이 K리그 3연패(連覇)를 이룬 올해는 그의 적수가 없었다. 그는 29일 열린 2024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각 구단 감독(30%·이하 합산 비중)·주장(30%)·미디어(40%) 투표에서 환산점수 63.36점(140표 중 90표)을 받아 도움왕 안데르손(수원FC·20.26점)과 18세 수퍼 루키 양민혁(강원·16.38점)을 제치고 K리그 최고 별이 됐다. 올 시즌 K리그 38경기에 모두 나서 ‘전 경기 전 시간 출전상’도 받게 된 조현우는 14차례 무실점 선방으로 울산의 리그 최소 실점(40골) 우승을 이끌었다. 골키퍼가 K리그 MVP에 선정된 건 2008년 이운재(당시 수원 삼성) 이후 16년 만이다.

아내와 두 딸로부터 꽃다발을 건네 받은 조현우는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어릴 적 공 하나만 보면서 늦은 시간까지 축구하던 게 생각이 난다”며 “지금도 힘든 상황 속에서 축구하는 어린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MVP 상금 1000만원을 그 친구들을 위해 쓰겠다”고 말했다.

조현우는 2013년 대구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대구가 2부에 있던 2015년부터 붙박이 주전을 꿰찬 그는 2년 연속 2부 리그 베스트 골키퍼로 뽑혔다. 2017년 1부에 승격한 후에도 그 자리를 놓치지 않았지만, 그는 K리그 팬들에게 익숙할 뿐 대표팀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그런 그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무대가 2018 러시아 월드컵이다. 신들린 듯한 선방 퍼레이드로 거함 독일을 침몰시키는 등 맹활약을 펼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골키퍼의 패스 능력을 중시한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선 김승규(34·알 샤바브)에게 밀리면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때도 주로 벤치를 지켰으나 올해 초 아시안컵에서 김승규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뒤엔 꾸준히 대표팀 수문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흐름대로라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조현우가 주전 골키퍼 장갑을 낄 전망이다.

그는 “내년에도 또 K리그 MVP를 받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국가대표도, K리그도 힘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누군가의 꿈인 선수가 되고 싶다. 나를 보고 축구 선수를 꿈꾸고, 골키퍼 포지션을 선택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다.

강원 양민혁이 29일 2024 K리그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후 트로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뉴스1

데뷔 3년 이내 만 23세 이하 국내 선수에게 주는 ‘영플레이어상’은 양민혁이 140표 중 136표를 휩쓸며 차지했다. 강릉제일고 3학년으로 올해 강원과 준프로 계약을 맺고 K리그에 데뷔한 양민혁은 12골 6도움을 기록, ‘10대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7월 토트넘과 입단 계약을 맺은 그는 다음 달 16일 출국해 새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데뷔 시즌에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건 2017년 김민재(당시 전북)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베스트 11 미드필더 부문에도 뽑힌 양민혁은 “큰 상을 두 개나 받아서 기쁘다”며 “감독님과 코칭 스태프, 구단 버스 기사님과 식당 어머님까지 모든 분들이 도와주셔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감독상은 강원을 역대 구단 최고 성적인 2위로 이끈 윤정환(51) 감독에게 돌아갔다. K리그에서 우승 팀 외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건 2005년 인천 장외룡(2위), 2010년 제주 박경훈(2위), 2020년 포항 김기동(3위) 감독에 이어 윤 감독이 네 번째다. 2017년 세레소 오사카 재임 시절인 2017년 J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던 윤 감독은 한일 양국 1부 리그에서 모두 감독상을 받는 이색 기록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