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은 2025년 주목받는 새 의류 브랜드인 매드캐토스 컨트리클럽과 후원계약을 맺고 대회에 참가한다. 매드캐토스 컨트리클럽은 골프 컨트리클럽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은 길냥이들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성장하는 독특한 골프 웨어 브랜드다. /올댓골프

시니어 골퍼가 되면 갈수록 줄어드는 비거리 때문에 골머리를 앓게 된다. 같은 환경이라면 예전에 쉽게 넘기던 벙커나 해저드를 넘기지 못하면서 경기를 풀어가기 점점 어려워진다. 그린까지 남은 거리가 늘수록 버디 기회는 줄고 보기 가능성은 커지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뱃사공처럼 분주히 움직여도 제자리일 경우가 많다.

10년 가까이 하루 16시간씩 간헐적 단식으로 몸매를 유지하는 ‘골프계의 공복(空腹) 선생’ 양용은(53)은 그 예외에 속한다. 그는 40대 초반이던 10년 전보다 5~10야드 더 멀리 드라이버 샷을 보낸다. 50세 이상 선수들이 참가하는 시니어 투어는 정규 투어보다 코스 전장이 400야드 정도 짧아지기 때문에 비거리 증대 효과가 배로 크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2025년을 맞아 측정한 양용은의 드라이버샷 데이터. 비거리 281야드, 발사 각도 13.1도, 스핀양 1640. 양용은은 드라이버 헤드의 로프트 7도에 상향 타격으로 최적의 공 궤도를 만들어 10년 전보다 더 멀리 공을 보낸다. /올댓골프

5일 자택이 있는 하와이에서 훈련 중이던 양용은은 평균 드라이버 캐리(공이 날아간 거리) 281야드, 발사 각도 13.5도, 스핀양 1640rpm(분당 회전수) 정도를 보내고 있다고 인증 샷을 보냈다. 공이 지면에 떨어져 구르는 거리를 5~10야드 더하면 286~291야드 정도의 드라이버 거리를 보내는 셈이다. 10년 전 미국프로골프(PGA) 정규 투어에서 뛰던 당시 그의 드라이버 평균 거리는 281.9야드였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우승을 포함해 2승을 거둔 2009년 전성기의 드라이버 거리 291.3야드와 비교해도 거의 차이가 없다.

양용은은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 투어 데뷔 첫해 찰스 슈와브 순위 29위를 시작으로 2023년 15위에 지난해 첫 우승과 함께 6위로 뛰어올랐다.

양용은의 신바람 50대 비결은 체중 조절이다. 키 177cm인 그는 82kg일 때 몸의 균형이 가장 좋다고 한다.

양용은은 1주일에 5번씩 체육관을 찾아 근력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한다. 매일 16시간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도 체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올댓골프

PGA투어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던 시절 몸무게는 90kg까지 늘었다. 몸이 무겁고 라운드를 하면 발바닥 통증이 심했다. 9년 전 2단계 다이어트를 통해 8kg을 감량했다. 처음엔 식사량을 70%로 줄여 5개월 동안 4kg을 빼고, 다음엔 하루 두끼 식사를 하는 간헐적 단식을 하자 금세 4kg이 더 줄었다. 근육이 빠지고 몸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1주일에 5회 이상 근육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한다. 애초 커피와 탄산음료를 마시지 않던 그는 조금 마시던 술도 끊었다.

오전 11시와 저녁 7시에 두 차례 식사를 하고 밤에는 물만 마시며 16시간 이상 공복 상태를 유지한다. 그는 “음식도 습관이어서 식사를 조절하다 보면 한 두끼 안 먹어도 영향이 없다”고 했다. 그는 아침 겸 점심으로는 김치찌개 등 한식을 먹기도 하고, 샌드위치나 베이글. 잼 아보카도 크림 등을 먹는다. 저녁에는 샐러드와 함께 생선과 고기 등 단백질을 번갈아 섭취한다.

학창 시절 보디빌더 지망생이었던 양용은은 “예전에도 운동은 많이 했지만 이렇게 체중 조절이 들어가면서 몸의 노화가 늦어지고 활력이 높아지더라”고 했다. 대회마다 신경이 곤두서기 쉬운 골프 선수가 식사를 거르는 게 부담이 될 것도 같다. 양용은은 “경기 있는 날엔 따로 아침을 잘 챙겨 먹었는데 점차 식사를 하지 않고 대회를 치러도 큰 어려움이 없다”며 “오히려 배가 나오거나 살이 붙으면 한 달에 한 두 번씩 18시간, 24시간 단식을 한다”고 했다.

하체 근력 운동을 하고 있는 양용은 프로. 50대인 양용은 프로는 10년 전보다 최근 비거리가 5~10야드 늘었다고 한다. /올댓골프

양용은은 골프에 대한 연구가 깊은 편이다. 비거리를 결정하는 3요소는 클럽 스피드, 공의 발사각도(론치 앵글), 스핀양이 꼽힌다. 양용은은 공을 치는 각도인 타구각(어택 앵글·attack angle)이 5~6도로 투어 평균(-1.3도)보다 6도 이상 높은 상향 타격(upper blow)을 한다. 공이 날아가는 발사 각도(론치 앵글·launch angle)를 14도 안팎으로 조절하는데 투어 평균 10.9도보다 훨씬 높다. 여기에 백스핀 양도 훨씬 적어 더 멀리 공을 보낼 수 있다. 공을 스위트 스폿에 맞히는 정확성 측정 지표인 ‘스매시 팩터’ 수치도 최고 수준이다.

양용은은 PGA투어 시절부터 하이브리드(hybrid) 클럽의 전도사로 꼽힐 만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지금도 5번 아이언까지 롱아이언 대신 하이브리드 클럽을 사용한다. 이 클럽은 공을 띄우기 쉽게 클럽 헤드의 바닥이 아이언보다 훨씬 넓고 무게 중심이 낮게 설계돼 있다. 우드만큼 거리를 내면서도 아이언처럼 높은 탄도로 칠 수 있어 그린에 공을 세우기 쉽다. 하지만 샤프트 길이가 길고 가벼워 실수가 나올 확률이 높아 꺼리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양용은은 “아이언 클럽의 길이와 무게에 가깝게 나만의 하이브리드클럽을 제작해 단점을 최소화한다”고 했다.

그의 골프인생 최대 훈장은 2009년 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당시 압도적인 세계 1위였던 타이거 우즈(50)에게 첫 메이저 대회 역전패를 안기며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PGA 챔피언스 투어 아센시오 채리티에서 ‘시니어 투어의 제왕’ 베른하르트 랑거(68)를 연장 접전 끝에 꺾었다.

양용은은 “지금도 현지 언론이 저를 ‘타이거 사냥꾼’ ‘골리앗 킬러’라고 표현하는데 과분하면서도 자랑스럽다”고 했다. 그는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일찌감치 골프장에 도착해 경건한 자세로 몸을 풀고 연습하는 랑거를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랑거는 지난해 최종전에서 우승해 18년 연속 우승과 최다승(47승), 최고령 우승(67세 2개월 14일) 등 갖가지 대기록을 썼다. 양용은은 “랑거를 만나면서 60세 이상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됐다”고 했다. 미 PGA챔피언스 투어는 17일 하와이에서 미쓰비시 일렉트릭 챔피언십으로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