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가장 어려운 홀로 꼽히는 11번 홀(파4) 모습. /마스터스

마스터스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은 동의어나 다름없다. 그리고 오거스타 내셔널의 한복판인 아멘 코너에서 마스터스에 출전한 당대의 고수들이 승자가 되기도 하고 패자로 사라지기도 했다.

아멘 코너는 11번 홀(파4)에서 시작해 12번 홀(파3), 13번 홀(파5)로 이어진다.

11번 홀은 1932년 12월 개장 초기에는 아주 쉬운 평범한 홀이었다. 1934년 마스터스 첫 해에 11번 홀은 아웃 코스의 두 번째 홀로서 내리막 파4 홀 415야드로 세팅되었다. 가장 낮은 저지대여서 오전 이른 시간에 경기하는 선수들에게는 서리가 끼자 2회 대회부터 인 코스 11번 홀로 바꾸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의 공동 설계가인 보비 존스와 알리스터 맥켄지박사는 11번 홀을 미들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하도록 설계했다. 선수들의 비거리가 늘어나면서 11번 홀은 9번 아이언이나 웨지로 공략하는 아주 쉬운 파4 홀로 변했다. 그 때부터 개조가 시작됐다.

처음 등장한 구원 투수가 바로 보비 존스와 이니셜(RTJ; Robert Trent Jones)이 같은 저명한 골프 코스 설계가였던 로버트 존스였다. 로버트 존스는 그린 뒤로 흐르던 래(Rae)의 개울을 막아서 그린 왼쪽으로 연못(pond)을 만들었다. 물의 등장이었다. 물은 위험(risk)을 의미하고, 위험하다는 것은 드라마를 뜻한다. 보비 존스의 표현에 의하면 볼이 물에 빠지는 것은 비행기 추락 사고와 같다. 회복이 어렵다는 의미다. 추락에 따른 상처를 안고 앞으로 전진하기는 버거워진다. 쉬웠던 11번 홀이 어려운 홀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로버트 존스가 11번 홀을 개조한 두 번째 무기는 티잉구역을 10번 홀의 퍼팅그린으로부터 멀어지게 한 조치였다. 11번 홀의 길이가 1952년 마스터스부터 445야드로 세팅되었다. 30야드가 늘어났다. 선택하는 아이언도 길어졌다. 그만큼 11번 홀의 난도는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후로 퍼팅그린 뒤의 벙커가 두 개 생겼다가 하나로 합쳐지고, 페어웨이의 벙커도 생겼다가 사라졌다. 이러한 11번 홀의 세팅은 50년 가까이 유지되었다.

두 번째로 등판한 구원 투수는 톰 파지오였다. 이름있는 골프 코스 설계가 중 ‘분장의 대가’가 바로 톰 파지오다. 톰 파지오는 11번 홀의 티잉구역을 10번 홀 퍼팅그린에서 더 먼 곳에 만들었다. 이 결과로 11번 홀의 전장이 490야드로 세팅되었다. 보비 존스가 11번 홀을 설계할 당시의 구상대로 미들 아이언으로 퍼팅그린을 공략하는 홀이 되었다.

퍼팅그린에도 물 쪽으로 핀을 설정할 수 있도록 경사가 조정되었다. 페어웨이 오른쪽에는 소나무를 심기도 하고 베어내기도 했다. 아멘 코너가 만드는 드라마는 11번 홀의 두 번째 샷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실질적인 의미를 갖게 될 정도로 11번 홀은 어려운 홀로 변신했다.

11번 홀은 이후로도 점점 더 어려운 홀로 변신을 거듭했다. 홀의 길이는 2011년 마스터스에서 처음으로 500야드를 넘겨 505야드로 세팅되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파4 홀들 중 유일하게 500야드를 넘기는 홀이 되었다. 아웃 코스에서 가장 어려운 5번(파4)홀의 전장은 495야드다. 5번 홀과 11번 홀이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가장 어려운 두 개의 홀이다. 매년 바람이나 핀 위치에 따라 난도 1, 2위를 다툰다.

11번 홀은 2022년 마스터스에서는 더 길게 520야드로 세팅됐다. 아멘 코너의 마지막 홀인 13번 파5 홀(510야드)보다 길게 세팅되는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졌다. 520야드로 세팅된 11번 홀은 이제 티샷도 어려운 파4 홀이 되었다. 결국 13번 홀의 전장은 2023년에 35야드가 길어져서 545야드로 세팅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번 홀은 두 번째 샷이 관건이다. 그린을 제대로 공략하려면 티샷은 페이드로 쳐서 페어웨이 중앙에서 왼쪽에 올려놓아야 한다. 페어웨이 폭도 초창기의 60야드에서 35야드로 좁혔다. 페어웨이에서 최소한 7번 아이언 이상으로 공략해야 하는 그린은 연못과 벙커를 새롭게 만들어 방어벽을 높였다. 그린을 보수적으로 공략하는 구역인 그린 오른쪽 앞 부근은 내리막 경사로 조성하여 오르막 칩샷을 하도록 만들었다. 세 번째로 치는 칩샷이 물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도 생겨났다. 일요일 핀이 물 쪽으로 설정되면 더욱 어려운 홀이 된다.

2024 마스터스의 우승자는 11번 홀에서 결정되었다. 3라운드 선두인 셰플러를 1타 차이로 추격하던 콜린 모리카와는 9번 홀에 이어 11번 홀에서 더블 보기를 하면서 자멸했다. 4라운드 9번 홀을 마칠 때까지 1타 차이로 셰플러를 추격했던 루드비그 오베리는 마의 11번 홀에서 더블 보기를 하면서 추격의 동력을 잃어버렸다. 오베리와 모리카와는 11번 홀에서 공격적으로 핀을 노리다가 볼을 물에 빠뜨리면서 치명상을 입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셰플러는 11번 홀에서 그린의 오른쪽 앞 부근을 겨냥하여 보수적으로 안전하게 샷을 하여 칩샷으로 파를 노리는 전략을 썼다. 비록 파를 세이브하지는 못했지만 보기로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아멘 코너의 마지막 홀인 13번 파5 홀에서는 세 선수 모두 버디를 했으나 추격자들은 11번 홀에서 벌어진 타수 차이를 극복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2024 마스터스의 우승자는 스코티 셰플러로 11번 홀에서 결정되었던 셈이었다.

마스터스를 개최하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테스트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그 중심에 11번 홀(파4 )이 자리한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의 18개 홀 중에서 가장 빈번하게 개조된 홀이 바로 11번 홀이다. 이렇게 끊임없는 개조를 통하여 가장 쉬운 홀이었던 11번 홀은 가장 어려운 홀이 되었다.

아멘 코너는 가장 어려운 홀인 11번 홀에서 시작한다. 어려운 홀에서는 유혹을 견뎌야 한다. 보비 존스의 말씀대로 토너먼트 골프는 파를 기록하면서 끊임없이 참아야 기회가 온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의 11번 홀이 바로 그러한 홀이다.

<펀집자 주>

국내 골프 규칙의 대표적 전문가인 최진하 박사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경기위원장을 지냈다. 용인대 대학원에서 ‘골프 규칙의 진화 과정에 관한 연구–형평성 이념(equity)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체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 R&A와 미국 USGA(미국골프협회)의 레프리 스쿨을 모두 이수하고 두 기관으로부터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최진하 박사와의 골프 피크닉’이란 이름의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