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귀화한 전 쇼트트랙 대표 임효준. 사진은 그가 지난 2020년 11월 2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후 법정을 나서는 모습.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나가려고 중국에 귀화한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임효준(25)의 계획은 완전히 틀어질 지도 모른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에 국가를 대표해 출전했던 선수가 국적을 바꿔 올림픽에 나가려면 이전 국적으로 출전한 마지막 대회 이후 최소 3년이 지나야 한다’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올림픽 헌장(41조2항)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임효준이 태극문양을 달고 출전했던 마지막 국제대회는 2019년 3월10일 끝난 세계선수권(불가리아 소피아)이었다. 그는 당시 1000m, 1500m, 5000m 계주 금메달을 걸며 종합 챔피언에 올랐다. 임효준은 이로부터 3년 후인 2022년 3월11일부터 아무 제약 없이 중국 대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베이징 올림픽은 2022년 2월 4일 개막해 2월 20일 끝난다. 원칙대로라면 임효준은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 다만 관련 국가올림픽위원회들과 국제연맹이 합의하고, IOC 집행위가 승인할 경우 3년이라는 대기 기간을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쉽게 말해 중국 올림픽위원회가 대한올림픽위원회에 ‘임효준에 대한 이적 동의’ 요청을 하고, 대한올림픽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면 임효준이 오성홍기를 달고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할 길이 열린다는 뜻이다. 대한체육회 측은 9일 “중국이 임효준과 관련한 협조 요청을 할 경우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슷한 사례는 패럴림픽에도 있었다. 2016 리우 하계 패럴림픽에 캐나다 휠체어 농구 대표팀 멤버로 출전했던 원유민은 2017년 7월 한국 국적을 회복하고,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에 한국 노르딕 대표로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캐나다 장애인올림픽위원회가 ‘3년 대기 규정’을 들어 한국이 요청한 이적 동의를 거부했다. 캐나다 측은 “우리가 휠체어 농구 대표 수당을 줘 가며 후원했던 원유민이 2020도쿄 패럴림픽에 한국 휠체어 농구 대표로 뛸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이유를 댔다. 원유민은 휠체어 농구가 아닌 노르딕 종목만 뛰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소용 없었다. 결국 그는 평창 패럴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임효준은 2019년 6월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후배 선수의 바지를 내려 신체부위를 드러나게 했다는 혐의(강제추행)로 기소됐고, 두 달 뒤 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2020년 5월 1심에선 벌금 300만원, 그 해 11월 항소심에선 무죄 선고를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던 중 중국 귀화를 선택했다.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해 2014 소치 동계올림픽 3관왕에 오른 안현수(빅토르 안)의 경우 2007년 12월 이후 한국대표로 국제대회에 나간 적이 없어 ‘3년 대기 규정’과 상관이 없었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인 그는 귀화에 앞서 매달 100만원씩 받던 경기력향상연구연금도 일시불(월정액의 48배인 4800만원)로 타 갔다. 임효준은 자격 정지 징계를 받은 시점부터 연금을 받지 못했다. 일시금을 달라고 할 자격도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