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17일 앞으로 다가왔다. 작년 7월 도쿄 하계올림픽에 이어 코로나 팬데믹에서 치러지는 두 번째 올림픽이다. 동계 종목 선수들도 훈련 시설이 폐쇄되고 대회 출전 기회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마음 졸이며 운동했다. 대한체육회는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목표를 1~2개로 잡았지만, 선수들은 “준비한 만큼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희망을 갖는다. 후회 없는 올림픽에 도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소개한다.
김민석(23·성남시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2021-2022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메달을 땄다. 작년 11월 폴란드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걸었고, 곧바로 노르웨이로 건너가 2차 대회에서 같은 종목 동메달을 획득했다. 올 시즌 월드컵 남자 1500m 세계 랭킹 7위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세대 교체 실패 등으로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녀 7개씩 총 14개 세부 종목 중 6개 종목 출전권을 놓친 가운데, 김민석은 한국 빙속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낙천적 성격, 부담감 안 느껴”
김민석은 첫 올림픽 무대인 2018년 평창 대회 남자 1500m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메달(동메달)을 따내며 새 역사를 썼다. 1500m는 단거리의 스피드와 힘, 장거리의 지구력까지 두루 갖춰야 해 그간 유럽과 북미 선수의 전유물로 여겨졌는데, 김민석이 그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김민석은 평창 올림픽에서 이승훈(34·IHQ), 정재원(21·의정부시청)과 함께 나선 팀추월에서도 은메달을 걸었다.
어릴 때부터 지도자 사이에서 강철 심장으로 통한 그는 베이징 올림픽에 대해 겁없는 도전장을 던졌다. 그는 “평창에선 두 종목에 나가 메달 두 개를 획득했는데, 베이징에선 세 종목(1000m, 1500m, 팀추월)에 출전한다. 평창 때보다 더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격이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라서 부담감은 전혀 없다”고 했다.
김민석은 8일 한국 빙속 첫 메달에 도전한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는 개막(2월 4일) 이튿날부터 열리는데, 5~7일 벌어지는 여자 3000m, 남자 5000m, 여자 1500m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그는 “내가 스타트를 잘 끊어야 다른 선수들도 힘내서 좋은 결과를 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우상혁 보며 힘든 훈련 이겨내”
김민석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쇼트트랙으로 빙상에 발을 들였다. 직선 주로 훈련을 위해 스피드스케이팅을 탔는데 재능을 보였다. 두 종목을 병행하다가 중2 때부터 스피드스케이팅에 전념했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4년 국가대표 선발전 1500m에서 이승훈에 이어 2위에 올라 최연소 국가대표가 됐다. 2017년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1500m와 팀추월 2관왕에 올라 ‘빙속 괴물’로 불렸다. 이듬해 평창올림픽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던 김민석은 2019-2020시즌 들어 정체기를 겪었다. 1500m 세계 랭킹도 2018-2019시즌 2위에서 8위로 떨어졌다. 2020-2021시즌은 코로나 때문에 통째로 건너뛰었다. 그는 빙상장이 닫힌 상황에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지상 훈련을 했다. “월드컵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운동해도 성적이 좋아지지 않으면 스스로를 부끄럽게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작년 여름 열린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다른 종목 선수들이 코로나를 이겨내고 멋진 모습을 보여준 것도 힘이 됐다.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가 자신에게 ‘괜찮아’라고 외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만족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저도 저 정도로 성취감을 느낄 정도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김민석은 작년 11월부터 약 한 달간 월드컵 대회와 4대륙 선수권 대회를 치른 후 귀국해 태릉선수촌에서 마지막 담금질 중이다. 그는 “오랜만에 출전했는데 예전 기량을 되찾은 느낌”이라며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후회 없는 레이스를 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