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 16강전에서 ‘골든골’을 터트린 안정환(46)이 “마치 어제 일처럼 기억난다”며 “한국이 이길 자격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8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매체 가제타 델로 스포츠는 안정환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안정환은 2002년 6월18일에 열린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전에 대해 “나와 우리나라에 매우 특별한 경기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이탈리아전(16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2-1로 극적인 역전승을 따냈다. 전반 초반 안정환의 페널티킥 실축으로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0-1로 끌려갔으나, 후반 설기현의 동점골에 이어 연장 후반 12분 안정환이 골든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당시 안정환은 이 골을 넣고 ‘반지 키스’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인정환은 “우리는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평가전에서 좋은 결과를 냈고, 거스 히딩크 감독이 정신적, 신체적으로 강한 팀을 만들었다. 그 덕에 우리는 다른 선수가 됐다. 우리는 이탈리아전을 잘 준비했다. 모든 이탈리아 선수들의 세세한 특징까지 분석했다”고 했다.
16강 탈락에 충격을 받은 이탈리아인들의 분노는, 당시 경기 주심을 맡았던 에콰도르 출신 심판 바이런 모레노에게 향했다. 모레노 심판이 연장전에서 이탈리아 프란체스코 토티를 퇴장시킨 판정 등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에 대해 안정환은 “누구도 우리가 이탈리아를 꺾을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심판의 판정이 논란이 된다”며 “우리는 항상 심판의 결정을 존중해 왔다. 판정은 최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레노 주심의 실수 여부와는 별개로 비디오판독(VAR) 시스템이 없을 때는 심판의 휘슬이 불릴 때마다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우리는 그 결과가 고통스럽더라도 (판정을) 모두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를 꺾은 대가는 혹독했다. 2002 월드컵 당시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뛰던 안정환은 월드컵 직후 페루자에서 쫓겨났다. 안정환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페루자의)가우치 회장은 내게 급여를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포했다. 내가 그 골로 이탈리아 축구를 망쳤다고 했다. 그럼에도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2011년 은퇴 후 방송인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안정환은 “나는 모든 이탈리아인들에게 말하고 싶다. 제발 나를 더 이상 미워 하지 말아 달라. 나는 한국 선수로서 조국을 위해 싸웠다.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탈리아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고,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다. 아주리를 상대로 골을 넣어 팬들의 믿음에 부응하고 싶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