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여제(女帝)’ 최정(27)이 세계대회 우승컵을 또 하나 추가했다. 이번 수확물은 아직 한 번도 품에 안아보지 못했던 센코컵이다. 5일 일본 도쿄 카이예 호텔 특별대국실서 벌어진 제5회 센코컵 세계여자바둑최강전 결승전서 최정은 중국 저우훙위(21) 6단을 꺾고 우승했다. 198수 끝 백 불계승.

저우훙위는 위즈잉에 이어 중국 여자랭킹 2위에 올라있는 강자답게 초반 만만치 않게 버텨왔지만 노련미에서 최정을 넘지 못했다. 중반전 돌입 후 최정은 중앙을 깔끔하게 정비한 뒤 우하 흑귀를 도려내면서 우위에 섰다. 이후 흑은 중앙과 우하 대마가 양곤마로 몰리는 악전 고투끝에 우하쪽 대마가 잡히자 항서를 썼다.

제5회 센코컵 세계여자바둑최강전 우승자 최정. 중국 저우훙위를 결승서 KO 시켰다.

“예전에 연구했던 모양이 초반에 나와 빨리 둘 수 있었다. 신기할 정도로 오늘 편한 마음으로 대국에 임했다. 센코컵 우승이 정말 간절했는데, 이렇게 우승으로 팬들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게돼 기쁘다.” 최정의 우승 소감이다.

최정은 그 동안 센코컵에서 준우승 두 차례, 3위와 8강 한 차례씩에 그쳐왔다. 우칭위안배 두 번(2019년 2회·2021년 4회)과 궁륭산병성배 네 번(2014년 5회·2017년 8회~2019년 10회), 명월산배(2017년 4회) 한 번 등 세계 여자개인전만 총 일곱번 제패한 최정에겐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였다.

중국 저우훙위 6단. 2020년 우칭위안배에 이어 또 한번 세계 제패를 노렸으나 최정의 두터운 벽을 뚫지 못했다.

주최국 일본 기사 4명 등 8강 초청대회 형식으로 거행된 이번 대회서 최정은 일본 여자바둑 톱스타 후지사와 리나(25)와 09년생 ‘바둑요정’ 나카무라 스미레(14)를 연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저우훙위는 2020년 제3회 우칭위안배 때 한 차례 세계 정상을 밟았던 신예 강자. 준결승서 일본 우에노 아사미(22)를 꺾고 두번째 세계 제패를 노렸지만 불발로 끝났다.

한국 여자바둑을 대표하는 최정(왼쪽)이 중국 2위 저우훙위를 완파하고 센코컵을 처음 차지했다. (사진=일본기원)

최정은 이날 승리로 저우훙위에게 통산 4전 4승을 기록하게 됐다. 4승 중엔 2019년 제10회 궁륭산병성배와 이번 센코컵 등 두 번의 세계대회 결승전이 포함돼 있다. 이번 대회 우승자에게 돌아가는 상금은 1000만엔(약 9600만원).

최정의 지배 영토는 해성 여자기성전, 하림배 여자국수전, 닥터지배 여자최고기사 결정전 등 국내 3개를 포함해 4개로 늘어났다. 통산 국내외 타이틀 수도 26개로 증가했다. 최정은 5일 발표된 3월 랭킹서 112개월 째 국내 여자 톱랭커 자리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