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배드민턴협회가 김학균 현 대표팀 감독을 재임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김 감독은 2022년 11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7개(금2·은2·동3),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 2개(금1·은1)를 수확하는 등 성과를 남겼다. 김 감독은 재계약을 희망했지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이 대표팀 운영과 관련한 각종 문제를 제기한 뒤 불편한 관계가 된 게 이번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감독과 안세영은 지난 10월 덴마크 오픈 당시 경기 중 작전 시간에 전혀 대화를 하지 않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혀 논란이 됐다. 안세영은 최근 협회가 주최한 올림픽 메달리스트 포상식에 불참하고 대신 여자 농구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김 감독이 대표팀 선수에게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여러 명이 있는 자리에서 “나는 또라이다”라고 외치게 강요하고, 자신의 교수 임용을 위한 실기 시험에 국가대표 선수를 사적으로 동원했다는 ‘갑질’ 의혹도 나왔다. 김 감독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협회에서 안세영 사태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재임용 탈락 결정에 이의를 신청하기로 했다.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 안세영은 11일 중국 항저우에서 개막하는 BWF(세계배드민턴연맹) 월드 투어 파이널에 출격한다. 월드 투어 파이널은 각 종목 상위 랭커 8명(팀)씩만 출전하는 왕중왕전 성격 대회로, 총상금 250만달러(약 35억원)가 걸려 있다. 올해 마지막 국제 대회이기도 하다. 여자 복식 세계 2위 이소희(30·인천국제공항)-백하나(24·MG새마을금고) 조도 출전한다.
지난해 세계 선수권을 제패하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2관왕에 오르며 세계 최강자로 거듭난 안세영은 올해는 힘든 출발을 했다. 아시안게임 때 당한 부상에서 완벽히 회복하지 못해 압도적 실력을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8월 파리 올림픽에서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단식 종목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금메달 획득 직후 배드민턴협회 선수 관리 부실, 후원사 신발 착용 강제 등 부조리를 폭로했고 이는 협회 감사와 경찰 수사 등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배드민턴계 안팎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고, 그는 부상을 이유로 한동안 대회에 나서지 않기도 했다. 10월 전국체전을 통해 복귀한 뒤 지난달 중국 마스터스 우승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지난 9일엔 2년 연속 BWF ‘올해의 여자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