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햇살과 함께 2025 서울하프마라톤(서울특별시·조선일보사·서울특별시체육회 공동 주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회 당일인 27일까지 3일 남았다. 이날만을 바라보며 땀 흘려 준비 중인 2만7100명 러너를 위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지영준(44·코오롱 마라톤) 코치가 경주 경로를 분석했다. 지 코치의 ‘족집게 강의’만 잘 숙지한다면 ‘PB(개인 최고 기록·Personal Best)’ 달성도 꿈은 아니다.

그래픽=양진경

서울하프마라톤은 도심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그러나 초반부터 들떠서 속도를 높이면 곤란하다. 첫 5㎞ 구간이 유명한 난코스이기 때문이다.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탁 트인 세종대로를 지나 서울광장, 덕수궁을 통과하면 서소문부터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2㎞ 정도 이어지는 오르막에선 고개를 살짝 숙이고 10~20m 전방을 주시하면서 짧은 보폭으로 뛰는 게 좋다. 그 직후 충정로부터 마포대교 부근까지 약 3㎞의 내리막이 이어진다. 여기서는 허리를 곧게 펴고 30~40m 앞을 보며 긴 보폭으로 달리면 체력을 더 비축할 수 있다. 이 구간에서는 평소 페이스의 50~60% 정도로 가볍게 뛰면서 힘을 아껴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6km 지점인 마포대교에 이르면 한강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좋은 기록을 원한다면 풍경에 빠지는 대신 강바람 극복에 집중해야 한다. 자주 방향을 바꾸는 강바람은 기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맞바람이 불 때는 몸을 낮추고 보폭을 줄여 바람 저항을 최소화해야 한다. 중급 이상 참가자들은 어깨를 살짝 틀어 바람과의 접촉 면적을 줄이기도 한다. 다른 주자의 뒤편에서 달리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조금 민망할 수 있지만 사실 엘리트 선수들도 종종 사용하는 방법이다. 10㎞ 구간은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공원에서 종료된다.

하프 구간은 아직 몇 군데 더 어려운 지점이 남아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지나 만나는 양화대교에서는 또 한 번 강바람과 싸워야 한다. 양화대교를 건너 합정역을 지나면 15㎞ 지점의 마포구청역 인근에서 다시 오르막을 만난다. 이 언덕만 지나면 결승 지점인 상암월드컵공원 평화광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목적지가 눈앞에 보이면 힘이 솟아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이때 흥분하지 않고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주변 러너들과 서로 격려하며 완주 후의 성취감을 마음껏 만끽하면 된다.

대회까지 3일이 남은 지금부터 코스를 익히고 어디서 어떻게 뛸지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것도 유용하다. 직접 ‘페이스 그래프(pace graph)’를 그려보는 것도 추천한다. 경기 당일 5㎞마다 배치된 급수대에 들르는 것을 잊지 말자. 갈증이 느껴지지 않아도 미리 수분을 섭취해 탈수를 예방해야 한다. 목을 가볍게 축인다는 느낌으로 소량씩 마시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