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홍철 2세 ‘도마 공주’ 여서정(19·수원시청)이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도마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도마 은메달리스트인 아버지 여홍철 교수(경희대)에 이어 딸 여서정이 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상 첫 올림픽 부녀 체조 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여서정은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벌어진 도쿄올림픽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선에서 1~2차 시기 평균 14.733점으로 결선에 오른 8명 중 3위를 차지했다.
여서정은 8명 중 다섯번째로 연기했다. 1~2차 시기를 연속으로 뛰었다. 여서정은 1차 시기에서 15.333점, 2차시기에서 14.133점을 받았다. 평균 14.733점이었다.
1차에서 난도 6.200, 수행점수 9.133점으로 15.333점을 받았다. 훌륭한 연기였다. 매우 높은 점수였다. 금메달의 가능성을 보였다. 그런데 2차에선 착지가 불안했다. 난도 5.400, 수행점수 8.733점이었다. 기대보다 2차 점수가 너무 낮았다.
그는 도마 결선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최고난도 '여서정' 기술에 도전, 성공했다. 난도 6.2의 '여서정' 기술은 앞공중 720도 비트는 기술로 아버지인 '원조 도마의 신' 여홍철 교수가 1994년 완성한 '여2(양손으로 도마 짚고 두 바퀴 반 비틀어 내리기, 난도 5.6점)'보다 반 바퀴(180도 회전)를 덜 도는 기술이다. 이미 2년여 전인 2019년 6월 국제체조연맹(FIG) 규정집에 난도 6.2의 기술로 공식등재됐다. 결선 진출자 가운데 난도 6.2점의 기술을 시도하는 선수는 여서정이 유일하다.
이번 대회 개인 종합 은메달리스트 레베카 안드라데(브라질)가 1~2차 평균 15.083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미국 마이케일러 스키너(14.916점)였다.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예선 2위 제이드 캐리(미국)는 1차 시기에서 도움닫기 실수로 망쳤다. 1차 시기 점수가 11.933점에 그쳤다. 대이변이었다. 캐리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2차 시기에서 도저히 만회할 수가 없었다.
여서정은 앞서 아버지 여 교수의 대를 이어 25년 만에 같은 종목 결선에 올랐다. 그는 도쿄올림픽 도마 예선 1, 2차 시기 평균 14.800점, 전체 5위로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랐다. 1차 시기에서 난도 5.8점 쿠에르보(앞공중 1바퀴반 비틀기) 기술을 구사해 수행점수 9.200점, 15.000점을 기록했다. 2차 시기 난도 5.4의 유리첸코(옆으로 손 짚고 뒤로 손 짚어 몸펴 뒤공중 720도 비틀기) 기술에서도 수행점수 9.2점 고득점으로 14.600점을 찍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 여자체조 사상 첫 종목별 결선행이었다.
미국의 체조 스타 바일스가 올림픽 중압감 탓에 단체전에 중도 기권에 이어 여자 개인종합과 종목별 경기도 포기한 것도 변수로 작용했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가 빠지고 실수가 잇달으며 경쟁자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여서정은 9세 때 자연스럽게 기계체조를 시작했다. 부모(전 기계체조 국가대표 여홍철-김채은)의 영향을 받아 체조장에 놀러다니다가 자연스럽게 운동을 시작했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도마 1위를 차지했다. 힘든 체조를 하면서 수차례 고비도 있었다. 중학교 2학년때 훈련이 너무 힘들어 포기까지 생각했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진천선수촌, 경기체고 체조장이 모두 문을 닫으면서 훈련량이 줄었고, 체중은 늘고, 기술은 떨어지는 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11월 돌아온 진천선수촌에서 8개월간 마음을 다잡았다.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여서정’ 기술을 끊임없이 연마했고 2019년 코리아컵 이후 국제무대에서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 이 기술을 올림픽 무대에서 마침내 꽂아냈다. 2003년생 ‘강심장 도마공주’ 여서정이 이뤄낸 여자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의 역사는 위대한 유전자(DNA)와 무수히 흘린 땀방울의 결실이다. 도쿄(일본)=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