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에 커튼이 없다며 대형 수건으로 임시 커튼을 만들고 있는 미국 육상선수 샤리 호킨스. /틱톡

파리올림픽 선수촌에서 ‘부실 식단’과 ‘찜통 버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엔 숙소에 커튼이 없어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미국 육상선수 샤리 호킨스가 지난 28일(현지 시각) 자신의 틱톡에 ‘커튼 없는 올림픽 선수촌 숙소에서 내가 옷을 갈아입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호킨스는 커튼이 없는 숙소 내부 모습을 카메라에 비췄다. 창문 밖으로 다른 나라들 선수단이 사용하는 앞 동의 모습이 훤히 보였다.

단호한 목소리로 “커튼이 없다”고 세 차례 강조한 호킨스는 옷을 갈아입을 때 임시로 창문을 가리는 방법을 전했다. 그 방법은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나눠준 대형 수건 한 장을 창문에 잠시 붙이는 것이었다. 호킨스는 직접 임시 커튼을 만들어 보이곤 “드디어 프라이버시가 생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샤워를 마치고 나오거나 옷을 갈아입을 때 이 수건을 붙이고 최대한 빠르게 옷을 입어버린다. 안 그러면 이 수건이 그대로 떨어진다”고 했다.

이 영상은 올라온 지 이틀만에 조회수가 220만회를 넘길 정도로 화제였다. 네티즌들은 “커튼 없이 잠도 푹 못 잘 것 같다” “창문에 물을 뿌리고 포일을 붙여라” 등의 댓글을 남겼다.

다만 모든 선수촌 숙소 창문에 커튼이 없는 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 수영선수 이브 토마스가 올린 영상을 보면, 창문 옆 버튼을 누르자 내장돼 감춰져 있던 블라인드가 내려와 대낮에도 방을 완전히 어둡게 만들었다. 이 선수는 “이 암막 블라인드는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게 햇빛을 완전히 차단한다”며 “한낮에 낮잠 자기 정말 좋다”고 했다.

하지만 호킨스가 올린 영상 속 창문은 토마스와 같은 구조의 창문도 아닐뿐더러, 창문 옆에 블라인드 조작 용도로 추정되는 조작 버튼도 존재하지 않았다.

수용 인원 대비 숙소 내 화장실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미국 테니스선수 코코 가우프가 수용 인원에 비해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올린 영상. 화장실 내부에 개인 세정 용품 등이 욕조 위까지 즐비한 모습이 담겼다. /틱톡

미국 테니스선수 코코 가우프는 자신의 틱톡에 자신의 숙소와 룸메이트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리며 “여성 선수 10명, 화장실은 2개”라고 했다. 이 때문에 선수들 가운데 절반은 짐을 챙겨 선수촌을 떠났다고 한다. 데일리메일은 “쏟아지는 다양한 불만을 고려하면 선수촌을 떠나는 건 미국 여자 테니스 선수들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이번 올림픽에선 숙소 내부 논란 이외에도 ‘부실 식단’과 ‘찜통 버스’ 등의 지적이 제기됐다. 탄소중립을 이유로 채식 위주의 식단을 제공하고, 더운 날씨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은 점 등이 이런 불만의 배경이 됐다.

특히 한국 수영 국가대표 김우민은 “다른 나라 선수 한 명이 버스에서 내린 뒤 쓰러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며 “출퇴근 버스 안이 너무 덥다. 에어컨은 못 켜게 하고, 창문도 못 열게 해서 내부 온도가 정말 높다”고 했다.

같은 종목 국가대표 황선우 역시 “버스에 정말 많은 선수가 타다 보니까 사우나 같다. 밖의 기온보다 버스가 더 더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테러 위협 때문인지 창문도 못 열게 안전요원이 테이프를 붙여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