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시안게임인지 동아시아 대회인지…. 34국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이뤘다는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시상대에는 한·중·일 3국 선수들 말고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11일까지 나온 메달 중 약 90%를 이 3국이 쓸어 갔다. 메달을 한 개라도 딴 나라는 6국. 카자흐스탄이 금 3 은 6 동 4, 대만과 태국이 각각 동 1개를 수확했을 뿐이다. 지난 2017년 삿포로 대회에서 금메달 64개 중 62개를 한·중·일이 나눠 가졌다. 역대로 따져도 한·중·일이 따낸 메달은 전체의 80%에 이른다.

그래픽=이진영

동계 종목 특성상 겨울이 없는 나라들은 연습하기 어렵다. 중동이나 동남아 국가들이 그런 신세다. 지금까지 8번 열린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하나라도 딴 나라는 10국. 나머지는 아직 구경도 못 했다.

이번 대회에는 캄보디아(4명)와 사우디아라비아(8명)가 처음 참가했다.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한 쿠웨이트(33명)를 비롯, 필리핀(20명), 태국(85명)도 많은 선수를 보냈다. 하지만 메달을 노릴 실력을 갖춘 나라는 드물다.

필리핀 컬링 대표팀은 혼성 컬링 예선 경기에서 한국을 12대6으로 누르는 ‘이변’을 일으켰지만 이들은 스위스 출신 필리핀계 선수들로 이뤄졌다. 남자 컬링팀엔 스위스에서 은행원, 벽돌공, 전기공 등 다양하게 일하는 필리핀계 이민자들이 모였다. 제2의 ‘쿨러닝(자메이카 봅슬레이팀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을 꿈꾸지만 약간 다른 구조다.

태국은 참가 선수는 많지만 성적보다는 참가 자체에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이번이 다섯 번째 동계 아시안게임 출전인데,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에서 프랑스 혼혈 폴 앙리 비우탕프가 드디어 첫 메달을 얻었다.

캄보디아 선수단은 스노보드에 출전한다. 캄보디아 체육 당국은 “앞으로 점차 종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베트남은 1명(두옹 쯔엉 랍)이 쇼트트랙 단거리 3종목(500m, 1000m, 1500m)에 출전했지만 모두 예선 탈락했다.

중동 국가들도 처지는 비슷하다. 이번이 여섯 번째 참가인 쿠웨이트는 이번에도 메달권에는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아이스하키팀은 1승을 목표로 나와 9·10위 순위 결정전에서 이겼다. 쿠웨이트에도 아이스하키 리그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지다. 이 때문에 이번에 처음으로 선수단을 내보냈다. 2029년 대회는 네옴시티 트로제나에서 열리는데 한국 1년 예산에 맞먹는 700조원을 쏟아부어 사막 한가운데 설원을 만들고 경기장을 지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