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효자 종목’ 보치아에 출전하는 한국 선수단에는 모녀(母女)·모자(母子) 콤비가 있다. BC3등급의 최예진(30·충청남도)과 김한수(29·경기도)는 어머니와 함께 경기를 치른다. 보치아에서 뇌병변 장애가 가장 심한 BC3등급의 경우에는 선수들이 직접 공을 굴리지 못해 홈통을 사용하고, 경기 파트너가 선수들을 보조한다.
다음 달 2일부터 정호원(35·강원도장애인체육회), 김한수와 보치아 페어(2인조)에 출전하는 최예진의 경기 파트너는 어머니 문우영씨다. 2012년 런던 패럴림픽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2016년 리우 대회 페어에서 은메달을 딴 최예진은 세 번째 패럴림픽에서 3회 연속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앞서 메달을 딴 모든 경기를 어머니와 함께했고, 도쿄에서도 어머니와 함께다. 24일 도쿄 패럴림픽 개회식에선 최예진과 문씨는 기수를 맡았다.
최예진은 태어날 때 뇌에 산소 공급이 빨리 되지 않아 뇌 손상을 입었다. 2008년 고등학생 때 체육 선생님 권유로 보치아를 시작했다. 체고 태권도부 출신으로 28년간 에어로빅 체육관을 운영하던 문씨는 하던 일을 접고 딸과 함께 보치아에 뛰어들었다.
27일 도쿄 아리아케 체조 경기장에서 만난 문씨는 “예진이가 하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나도 하던 일을 놓고 할 수 있었다”며 “주말에도 학교에 나가 연습했다. 겨울엔 체육관 난방이 안나와 발이 동상에 걸리기도 하고, 불을 안 켜주면 이마에 랜턴을 달고 연습했다. 온 가족이 달라붙어서 함께 했다”고 말했다.
눈빛만 봐도 서로 이해하는 엄마와 딸은 13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문씨는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없어 1부터 10까지를 스스로 했다. 아직도 배울 게 많지만, 선생님 없이 같이 영상을 보며 분석한다”고 했다. 최예진의 이번 대회 목표는 페어 금메달이다. 문씨는 “리우 땐 은메달이었는데, 이번에는 (정)호원이랑 (김)한수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끝까지(할 것). 선수들이 정신력을 갖춰 할 수 있을 것 같다”고했다.
리우 대회 페어 은메달리스트 김한수의 경기 파트너도 어머니 윤추자씨다. 김한수는 태어날 때 산소 공급 부족으로 뇌성마비 장애를 갖게 됐다. 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 권유로 보치아를 시작한 지 17년째다. 아들과 함께 보치아에 입문한 윤씨는 “어깨너머로 배웠는데 처음엔 너무 못했다. 가능성도 없다고 했고, 중간에 포기하려고 한 적도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 ‘올인’하면서 어느새 자신들만의 방법을 찾게 됐다. 윤씨는 “둘이 이렇게 저렇게 해 보면서 더 단단해졌다”고 했다.
편안한 모자 관계는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윤씨는 “내가 (경기 파트너를) 함으로써 한수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지 않을까 싶다. 한수도 자신이 필요한 부분을 편하게 말할 수 있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여느 어머니와 자녀처럼 갈등을 빚을 때도 있다. 윤씨는 “숙소에서 싸울 때도 있다. 나는 더 꼼꼼하게 챙기길 바라고, 한수는 그 정도까지는 안 해도 된다고 한다. 훈련 방식을 놓고도 부딪친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경기만 시작하면 어머니는 아들이 기량 100%를 발휘할 수 있게 돕는다. 눈빛과 의사소통 장치를 활용해 작전을 짠다. 두 사람은 “세 번째 패럴림픽인데 개인전 메달이 없었다. 페어에서도 메달을 따야 하지만 이번엔 개인전 메달을 꼭 따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