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몸이 간질간질하다’고 표현하더라고요. 빨리 경기를 하고 싶대요.”
한국 보치아 대표팀을 이끄는 임광택(46) 감독은 2020 도쿄 패럴림픽 첫 경기를 앞두고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찬 선수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보치아는 도쿄 대회에서 패럴림픽 9회 연속 금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장애인 체육에서만 볼 수 있는 보치아는 선수들이 빨간색 공 6개와 파란색 공 6개를 가지고 흰색 표적구 ‘잭’에 가깝게 굴리거나 던져 점수를 얻는 경기다. 컬링과 비슷하다.
한국은 1988년 서울 대회부터 2016년 리우 대회까지 이 종목에서 8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올림픽에서 여자 양궁 대표팀이 단체전 9연패를 이뤘듯, 9회 연속 금메달을 따 도쿄 하늘에 또 한 번 태극기를 내걸겠다는 게 보치아 대표팀 지도자와 선수들의 목표다. 대표팀은 2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 경기장에서 치러지는 개인전 예선으로 경기 일정을 시작한다. 정성준(BC1등급)이 첫 주자로 나서고, ‘간판’ 정호원과 김한수(이상 BC3) 등도 출격한다.
예선을 하루 앞둔 27일 오전, 보치아 대표팀 선수 6명은 아리아케 체조 경기장의 웜업존에서 1시간 50분 정도 마지막 점검을 하며 컨디션을 체크했다. 훈련을 마친 임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국제 대회다. 그간 국내 대회도 열리지 않았다”며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걱정이었는데, 경기력이 많이 올라왔다. 또 선수들이 경기를 빨리하고 싶다고 해서 나도 기대가 된다”고 했다.
보치아의 세부 종목은 선수들의 스포츠 등급에 따라 BC1∼BC4로 나뉘는데, BC1∼BC3은 뇌병변장애, BC4는 운동성 장애를 가진 경우다. 중증장애인이 감염병에 취약할 수 있는 만큼, 보치아 대표팀은 경기를 위한 훈련뿐 아니라 KF94 방역용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치르는 등 코로나시대에 적응하는 훈련까지 해야 했다. 임 감독은 “처음엔 선수들이 마스크를 쓰고 어지럼증도 호소했고, 호흡이 안 돼 힘들어했다. 그래서 아침마다 매일 15분씩 복식호흡 훈련을 했다. 호흡 근력을 기르는 기구를 이용해 훈련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선수촌에선 타액 샘플을 제출해 코로나 검사를 하는데, 선수들이 침 뱉는 것도 어려워해 일본 입국 3주 전부터는 침 뱉는 연습까지 했다고 한다.
보치아 대표팀에선 대회 직전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첫 패럴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던 노영진(28·광주광역시)이 건강 문제로 지난 24일 개회식이 열린 날 귀국했다. 일본에서 검사받은 결과 척수에 이상이 있었고, 노영진은 귀국해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잘 마쳤다고 한다. 임 감독은 “떠나기 전 대성통곡을 하고 울음바다가 됐었는데, 경기도 중요하지만 건강이 우선이라서 귀국을 결정했다. 영진이 어머니가 작년에 암으로 돌아가셨다. 영진이가 어머니께 금메달을 선물하고 싶어했었는데, 어머니께서 금메달보다 건강이라는 선물을 주시려고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진이는 아직 어리고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 돌아가기 전에 (2024년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해) 파리 에펠탑에서 만세를 부르겠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노영진과 함께 황정현 수석코치도 한국으로 돌아간 상태다. 임 감독은 “노영진과 매칭된 지도자가 황 수석코치였는데, 규정상 선수가 떠나면 지도자도 떠나야 해 현재 수석코치 자리도 비었다. 동시에 두 명을 잃었지만, 남은 선수단이 어느 때보다 의기투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