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진(28·광주광역시)이란 이름을 듣기만 해도 보치아 대표팀 선수들은 울컥한다. 뇌병변 장애를 갖고 있어 비장애인과 같은 반응은 아니다. 그러나 선수들은 평소와 다른 떨림으로 마음속 깊은 아쉬움을 표현했다.
보치아 개인전(BC1)과 단체전(BC 1·2) 멤버인 노영진은 패럴림픽 금메달의 꿈을 안고 도쿄에 입성했지만 지난 24일 조기 귀국했다. 일본 도착 후 몸 상태가 이상해 선수촌 내 클리닉에서 MRI 검사를 했고, 그 결과 척수에 문제가 있단 진단을 받았다. 수술이 급한 상황으로 판단돼 하차가 결정됐다. 노영진은 선수촌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휠체어를 타고 선수촌을 수차례 돌아봤다. 임광택 대표팀 감독은 “건강 회복 후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가는 게 좋겠다”고 설득했고 노영진은 귀국했다.
보치아 대표팀 주장 정호원은 노영진의 수술이 잘 끝났단 소식을 듣고 “다행”이라고 했다. 정홍원은 “좋은 성적을 거두고 다시 만나고 싶다. 지금은 더 경기에 집중하겠다. 우리가 의기투합해 영진이 몫까지 하겠다”고 했다. 정호원의 경기파트너 이문영 코치는 “선수들이 (노)영진이 이름만 나와도 많이 울컥한다”라고 했다.
김한수와 그의 경기파트너인 어머니 윤추자씨는 더 건강해진 노영진의 모습을 기대했다. 두 사람은 “그동안 같이 훈련했는데 안타까웠다. 수술이 잘 끝났다고 하니 몸 상태가 좋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노영진의 하차로 대표팀 분위기가 가라앉았지만, 선수들은 자진해서 패럴림픽 개회식에 전원 참가하며 각오를 다졌다.
한국은 보치아 강국이다. 1988년 서울 패럴림픽부터 2016년 리우 패럴림픽까지 8회 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다. 올림픽에서 여자 양궁 대표팀이 단체전 9연패를 이뤘듯 보치아 대표팀도 패럴림픽 9회 연속 금메달을 목표로 한다. 한국 보치아가 강한 것은 선수들의 뛰어난 집중력과 정확도 때문이다. 볼과 홈통 등 장비에서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외국 선수들의 기술력도 상향 평준화되고 있어 대표팀으로선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보치아는 표적구(흰색)에 자신의 공(빨간공이나 파란공 6개)을 가까이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득점은 표적구에서 상대 공보다 더 가까운 공 1개당 1점을 얻는다. 출전 선수는 손이나 발, 또는 막대와 같은 도구를 이용해 공을 던지거나 굴리는 방식으로 승부를 겨룬다.
보치아 스포츠등급은 BC1~BC4로 나뉜다. BC1은 휠체어를 이동하지 못하면서 손으로 투구하는 선수, BC2는 휠체어를 이동할 수 있으면서 손으로 투구하는 선수를 의미한다. BC1·2는 뇌병변 장애인이 참가한다. BC3는 뇌성마비 등으로 손으로 투구하지 못하는 사지 마비 선수로 경기 중 막대 같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BC4는 공을 잡을 수 있지만 투구가 불편한 저신장, 절단, 근무력증 등을 지닌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