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불똥이 국내 배구로 튀었다. 이달 11일 비대면 회의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인 V리그 아시아쿼터 드래프트 이야기다. 한국 무대에서 뛰려는 이란 선수들이 대거 참가 신청을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이란 제재로 제대로 진행될 지 모호해졌다.
올해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에는 남자부 100명, 여자부 43명이 도전장을 냈다. 그중 남자부에서 이란 국적 선수가 절반에 가까운 45명. 여자부에서도 일본(10명)에 이어 이란 선수가 태국과 나란히 6명으로 둘째로 많다. 이란 선수들 처지에선 자국 리그보다 연봉이 2~3배 많은 V리그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올 시즌 남자부 삼성화재에서 뛴 이란 선수 알리 파즐리(등록명 파즐리)를 비롯, 이란 국가대표 미들 블로커 매히 젤베 가지아니와, 최장신(217cm) 선수 마흐모우다비 레자 등 ‘대어’도 있다. 우리카드에서 뛴 알리 하그파라스트(등록명 알리)는 아시아 쿼터 대신 연봉을 더 받을 수 있는 일반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로 신청했다.
아시아 쿼터 선수는 1년 차에 남자부 10만달러(약 1억4600만원), 여자부 12만달러(약1억7500만원)까지 받을 수 있고 2년 차 재계약 땐 남자부 12만달러, 여자부 15만달러(약 2억2000만원)가 상한이다. 일반 외국인 선수는 상한액이 1년 차 남자부 40만달러(약 5억8000만원), 여자부 25만달러(약 3억6000만원)다. 재계약 때는 남자부 55만달러(약 8억원), 여자부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 정부의 이란 송금 제재가 변수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하면서 외국에서 이란으로 송금하기를 더욱 강력히 차단하고 나섰다. 이란 해외 법인으로 송금하는 것도 차단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일단 이란 선수를 뽑아 계약을 마친 뒤 선수가 한국에 오면 급여를 지불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선수가 한국 내 은행 계좌를 만들면 원화로 급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건 계약 과정에서 이란배구협회에 보내야 하는 국제 이적 동의서(ITC) 발급 수수료다. ITC는 선수가 외국 팀으로 이적할 때 자국 협회가 발급하는 서류로, ITC가 없으면 국제배구협회(FIVB)에서 이적 승인을 받을 수 없다. ITC 발급 수수료는 2000달러(약 300만원) 안팎으로 비싸지 않지만, 이란배구협회에 돈을 보낼 방법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모기업이 미국에 법인을 둔 구단이나 공기업 구단이 특히 난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송금이 막혔을 땐 FIVB가 ITC 발급 수수료를 받아 러시아배구협회에 직접 전달한 적이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번에도 그런 ‘편법’을 쓰려고 FIVB에 문의했지만, FIVB는 “어렵다”는 답변을 보냈다. KOVO는 “송금 문제로 특정 국가 선수 참가를 막을 수도 없어 곤란한 상황”이라며 “드래프트까지 1주일 이상 남았으니 해결책을 더 찾아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