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의 간판타자였던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3일까지 메이저리그 30경기를 치러 타율 0.250 2홈런에 그치고 있다. 출루율(0.310)과 장타율(0.328), 그리고 OPS(출루율+장타율, 0.638)는 100위 권 밖이다.
정확한 콘택트 능력이 트레이드마크인 이정후는 올 시즌 100차례 이상 타석에 들어선 타자 중 삼진 아웃률이 7.8%에 불과해 이 부문 2위다. 1위는 지난해 타격왕인 마이애미 말린스의 루이스 아라에스(7.4%). 투수의 공에 허공을 가르는 헛스윙률은 9%로 가장 낮다. 이런 매의 눈을 바탕으로 공을 95마일(약 153㎞) 이상으로 강하게 때린 하드히트도 48회로 이 부문 15위에 이름을 올려놨다. 이 부문 1위는 LA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64회)이다.
선구안과 주루, 송구능력은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이라고 평가 받는 이정후지만 고민이 있다. 배럴(Barrel)타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배럴타구란 발사각 26~30도와 시속 98마일(약 158㎞) 이상의 속도를 내는 타구를 말한다. 이 두 조건을 충족하면 인플레이가 되고 장타가 될 확률이 높다. 이정후의 배럴타구는 2.9%에 그친다. 메이저리그 최하위권이다. 이유는 발사각이 6.8도로 낮기 때문이다. 타구 대부분이 땅볼이라는 얘기다.
바꿔 말하자면, 이정후가 현재 상황에서 발사각을 높인다면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이정후는 3일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봤다.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타구가 모두 외야 하늘을 갈랐다. 이정후는 1회초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조슈아 윈코스키의 155㎞짜리 몸쪽 싱커에 방망이를 돌렸다. 타구 발사각은 29도. 비거리가 122m로 이날 팀 동료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의 홈런(119m)보다 더 멀리 갔지만 아쉽게 중견수에게 잡혔다. 이정후는 3, 6, 7회 타석에서도 발사각 24~41도 범위의 플라이 타구를 외야로 날려 보냈다. 이정후는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3연전에서 3경기 모두 홈런성 타구를 날렸지만 보스턴 펜웨이파크의 비대칭형 심술에 가로막혔다. 이정후는 자신의 말처럼 빅리그에서 아직 30경기 뛰었을 뿐이다. 곧바로 많은 것을 이룰 순 없다. 다만 타격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 자체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발사각만 높이는 데 성공한다면 더 거센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