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김하성(30)이 새 둥지를 찾았다. 탬파베이 레이스다. 미 스포츠 매체 ESPN 등은 30일(한국 시각) 김하성이 레이스와 2년 2900만달러(약 420억원)에 FA(자유계약 선수)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떠나 FA로 시장에 나왔지만 좀처럼 행선지를 찾지 못하다 뒤늦게 자리를 잡았다. 일단 올 시즌 연봉은 1300만달러, 내년엔 1600만달러를 받는다. 추가 인센티브는 200만달러. 올 시즌 후 FA를 다시 선언할 수 있는 옵트 아웃(선수가 FA 권리를 행사) 조항도 넣었다. MLB 닷컴은 “총액 2900만달러는 레이스 구단 역사상 다섯째로 큰 금액”이라고 전했다. 이번 계약으로 김하성은 팀 내 최고 연봉자가 됐다. 레이스 구단 역사상 야수 최대 규모 계약은 1999년 12월 4년 3400만달러(약 491억원)에 계약한 그레그 본이었다.
김하성이 레이스로 향한 건 다소 예상 밖이었다. 레이스는 MLB에서 대표적 ‘스몰 마켓’ 팀으로 지난해 선수 연봉 총액이 MLB 30팀 중 28위(8970만달러)였다. 몸값이 싼 젊은 유망주들을 집중 육성해 최대한 ‘저비용 고성과’ 전략으로 꾸려 나가는 구단이다. 1998년 창단 후 9차례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고, 2019~2023년까지는 5년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월드 시리즈에도 2번(2008년, 2020년) 나갔으나 준우승에 그쳤다. 지난해는 아메리칸 리그 동부 지구 4위(80승 82패)에 머무르며 올 시즌 전력 보강에 고심해 왔다.
레이스는 그동안 내야진 보강을 위해 선수들을 물색했다. 원래 팀 내 최고 내야수로 평가받았던 완데르 프랑코(24)가 지난해 미성년자 성적 착취 등 혐의로 사실상 퇴출되면서 공백을 메울 대상이 절실했다. 그러다 김하성에게 눈길을 돌렸다. MLB 닷컴은 “김하성이 타일러 월스를 제치고 주전 유격수로 활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의 지난해 타격 성적은 타율 0.183 1홈런 14타점이다. 김하성은 지난해 121경기 0.233 11홈런 47타점 22도루를 기록했다. 김하성은 시즌 중반까지 안정된 모습을 보였으나 하반기 부상으로 페이스가 다소 하락했다. 아직 완벽하게 부상에서 회복하지 않아 5월 말 복귀를 예상하고 있다.
김하성은 파드리스에서 4시즌 540경기를 뛰는 동안 0.242 47홈런 200타점 기록을 남겼다. 2023년엔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유틸리티 부문)를 받기도 했다. 파드리스와는 계약 기간 4+1년 2800만달러 조건으로 입단했다. 지난 연말 FA로 나와 당초 총액 1억달러 이상 장기 계약을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상대 투수 견제구를 피하려 1루에 급히 돌아가다 오른쪽 어깨를 다친 여파가 발목을 잡았다. 9월 말 어깨 관절와순 재건 수술을 받은 뒤 지금까지 재활하고 있다. 파드리스 포스트 시즌도 함께하지 못했다. 당시 부상으로 장점 중 하나인 수비(송구) 능력에 의구심이 생기면서 구단들 관심이 식었다. ESPN은 “김하성이 수술 후 송구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FA 시장에서 장기 계약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레이스와 계약하면서 옵트아웃 조항을 포함한 건 현명했다는 지적이다. 레이스에서 예전 활약을 다시 보여준다면 연말 다시 FA를 선언하고 대형 장기 계약을 노려볼 수 있다. 김하성은 한국 선수로는 역대 네 번째 레이스 유니폼을 입는다. 앞서 서재응(2006∼2007년), 류제국(2007∼2008년), 최지만(2018∼2022년)이 뛰었다. 최지만은 5년간 주전 1루수로 활약하며 레이스 월드시리즈 진출(2020년)을 거들었다.
올 시즌 코리안 메이저리거는 김하성과 함께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26·다저스), 배지환(26·피츠버그 파이리츠) 4명이 일단 정해졌다. 최지만(33)은 지난해 뉴욕 메츠에서 방출된 뒤 아직 팀을 못 잡고 있고,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박효준(29)은 병역 의무 기피 문제가 걸려 복잡한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