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2·토트넘)은 최근 유럽 축구에서 뜨거운 ‘키워드’다. 그는 2021년 7월 토트넘과 내년 여름까지 4년 연장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등이 “구단이 손흥민과 1년 연장 옵션을 행사하려고 한다”고 보도했을 때만 해도 2025-2026시즌에도 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뛸 것이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구단의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으면서 손흥민 거취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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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신력 있는 매체에서 최근 전한 소식은 없지만, 대중지나 온라인 매체의 추측성 보도는 연이어 나오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잉글랜드)와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페네르바체, 갈라타사라이(이상 튀르키예) 등 수많은 팀이 손흥민의 차기 행선지로 언급됐다. 손흥민은 지난 9월 유로파리그 경기를 앞둔 기자회견에서 “토트넘과 재계약과 관련한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나는 계약이 남아있을 때까지 토트넘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고 말한 이후엔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손흥민은 내년이면 33세가 된다. 스피드를 살린 돌파를 즐기는 선수라 커리어 황혼기에 접어든 그의 나이는 걸림돌이다. 하지만 특유의 감아 차는 슈팅 등 30대 중반에도 빛을 발할 수 있는 결정력은 여전한 경쟁력이다. 특히 손흥민이 토트넘과 연장 계약 없이 올 시즌을 마치고 계약이 종료되면 FA(자유 계약 선수)가 되어 이적료 없이 영입할 수 있다는 점이 각 구단엔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최근 나온 추측성 보도들도 “후벵 아모링 맨유 감독이 FA로 풀릴 손흥민을 주시하고 있다” “바르셀로나가 안수 파티와 페란 토레스를 매각하고 손흥민을 영입하려 한다” 등 손흥민이 FA 신분이 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손흥민은 내년 1월부터 ‘보스만 룰’의 적용을 받는다. 1990년 벨기에 프로 리그 선수였던 장마르크 보스만은 프랑스 구단으로 이적하려는 과정에서 소속팀 동의가 없으면 이적할 수 없다는 규정에 따라 팀을 옮기지 못하자 유럽사법재판소에 소송을 내 ‘소속팀과 계약 기간이 끝난 선수는 구단 동의와 이적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다’는 판결을 이끌어 냈는데 이후 보스만 룰에 의해 유럽 축구 선수들은 계약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다른 구단과 자유롭게 이적 협상을 할 수 있다. 즉 손흥민도 이번 달 내로 토트넘과 연장 계약을 맺지 않는다면 새해를 맞이해 타 팀과 입단 교섭을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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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토트넘이 손흥민에게 3년 이상 장기 연장 계약을 제안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나이는 물론 연봉(988만파운드·약 180억원)도 팀 내 최고 수준이라 구단 입장에선 부담이다. 올 시즌 부상에 시달리며 5골에 그치고 있는 것도 악재. 더구나 토트넘의 이적 시장을 지휘하는 이는 ‘짠돌이’로 악명 높은 대니얼 레비(62) 회장이라 장기 계약을 순순히 안겨주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반대로 밑지는 장사를 하지 않는 레비 회장이 손흥민을 내년 여름 공짜로 다른 팀에 넘겨주지 않으려고 1년 연장 계약을 제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손흥민의 의지가 중요하다. 그가 우승을 원한다면 과감히 도전에 나설 수 있다. 프로 무대에서 15시즌을 뛴 손흥민은 아직 ‘무관(無冠)’이다. 이적설이 나오는 리그 강호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갈라타사라이 등은 손흥민의 커리어에 우승 트로피를 추가해 줄 수 있는 팀. 반면 손흥민이 계약 조건을 양보하더라도 의리를 지켜 팀에 남는다면 ‘토트넘 레전드’로서 입지는 더욱 굳건해진다.

손흥민이 토트넘에 남고자 할 경우 2년 연장 계약을 따내는 것이 최선의 카드로 보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1년 연장 계약을 맺고 맹활약을 펼친 뒤 더 나은 조건으로 다음 스텝을 밟는 것도 방법이다. 손흥민과 동갑내기이자 똑같이 내년 여름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는 무함마드 살라흐가 좋은 예다. 살라흐는 당초 리버풀과 재계약이 불투명해 보였지만, 올 시즌 13골 9도움으로 팀을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이끌자 대접이 달라졌다. 영국 미러는 “살라흐가 리버풀과 2년 연장 계약 합의에 도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