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라 불리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강 대진이 완성됐다. 16~17일(한국 시각) 펼쳐진 대회 8강 2차전 결과 아스널(잉글랜드)과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 바르셀로나(스페인)와 인테르(이탈리아)가 각각 결승 진출을 놓고 맞붙게 됐다. 유럽 5대 리그 중 독일을 뺀 네 리그 팀이 골고루 4강에 올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2위인 아스널(1위는 리버풀)을 제외하면 PSG처럼 프랑스 리그1 우승을 이미 확정하거나 현재 리그 선두(스페인 라 리가 1위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세리에A 1위 인테르)를 달리는 팀들이라 유럽 최강을 향한 한 치 양보 없는 자존심 대결이 펼쳐지게 됐다.
30일과 내달 8일 4강 1~2차전을 벌이는 아스널과 PSG는 UCL 첫 우승에 목마른 팀이다. 두 팀 모두 준우승을 한 번씩 차지한 것이 대회 최고 성적. 아스널은 2006년 결승에서 바르셀로나에 1대2로 밀려 우승을 놓쳤고, PSG는 2020년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0대1로 패하며 정상 등극에 실패했다. 미켈 아르테타(43·스페인) 감독이 2019년부터 사령탑을 맡은 아스널은 2009년 이후 16년 만에 4강에 진출했다. 2년 연속 PSG를 준결승에 올려놓은 루이스 엔리케(55·스페인) 감독은 2015년 ‘MSN 트리오(메시, 수아레스, 네이마르)’를 앞세운 바르셀로나 지휘봉을 잡고 UCL 우승을 이뤄낸 바 있다.
바르셀로나와 인테르는 1일과 7일 4강 1~2차전을 치른다. 통산 5회 우승을 자랑하는 바르셀로나는 2015년을 끝으로 정상에 서지 못했다. 올 시즌 한지 플리크(60·독일) 감독과 함께 화끈한 공격 축구를 구사하며 UCL 팀 득점 1위(37골)를 달린다. 3회 UCL 챔피언에 오른 인테르는 조제 모리뉴 감독 시절인 2010년이 우승컵을 들어 올린 마지막 해로 남아 있다. 시모네 인자기(49·이탈리아) 감독이 이끄는 인테르는 지난해 결승에 올라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 0대1로 무릎을 꿇으며 준우승에 만족했다. UCL 결승은 중립 경기장에서 치러지는데 올해는 6월 1일 독일 바이에른 뮌헨 홈구장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펼쳐진다.
17일 열린 8강 2차전 두 경기에선 ‘반전의 드라마’는 없었다. 모두 1차전 승리 팀이 4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인테르는 바이에른 뮌헨과 홈 2차전에서 2대2로 비기면서 1·2차전 합계 4대3으로 준결승에 올랐다.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29)가 선발로 나선 뮌헨은 후반 7분 해리 케인의 오른발 슈팅으로 합계 2-2를 만들었다. 하지만 인테르가 후반 13분과 16분 코너킥 상황에서 라우타로 마르티네스와 뱅자맹 파바르가 연속 골을 터뜨리며 합계 점수 4-2로 달아났다. 파바르의 골 장면에선 헤딩 경합에 나선 김민재의 수비가 아쉬웠다. 김민재는 후반 20분 하파엘 게헤이루와 교체됐다. 김민재를 빼고 총공세에 나선 뮌헨은 후반 31분 에릭 다이어의 헤더 골로 추격전을 벌였지만, 끝내 추가 골은 뽑아내지 못하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아스널은 8강 원정 2차전에서 부카요 사카와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의 연속 골로 레알 마드리드를 2대1로 이겼다. 지난 홈 1차전에서 중앙 미드필더 데클런 라이스의 날카로운 프리킥 두 방을 앞세워 3대0 대승을 거둔 아스널은 1·2차전 합계 5대1로 마드리드를 제쳤다. 라이스는 2차전에서도 기회 창출 2회, 가로채기 5회 등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두 경기 연속 UEFA 선정 경기 최우수 선수에 뽑혔다. UCL 통산 최다 우승 팀(15회)이자 지난 시즌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는 아스널에 격침을 당하며 올 시즌 UCL 일정을 씁쓸하게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