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생산자 물가가 6.4% 올라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한국은행이 20일 밝혔다. 2011년(6.7%)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생산자 물가는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생산자들의 판매 가격을 말하며, 일정한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반영된다. 작년 10월부터 3%대로 올라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생산자 물가 고공 행진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인해 석유·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뛴 결과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작년을 제외하면 최근 10년 사이 다섯 차례나 연간 생산자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일 정도로 물가가 안정세였는데, 지난해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12월 생산자 물가는 전년도 같은 달과 비교해 9% 올랐다. 월간 생산자 물가 상승 폭으로는 13년 만의 최고 수준이었던 11월(9.8%)보다는 오름세가 한풀 꺾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1년 사이 경유는 57.6% 올랐고 석유화학 분야 원료인 나프타는 68.5% 뛰었다. 철강절단품도 35.4% 올랐다. 공급 차질로 노트북용 LCD는 54.4%, 디램(DRAM) 반도체는 32.5% 상승했다.
전달인 11월과 비교한 12월 생산자 물가 상승률은 0%로 보합이었다. 국제 유가가 소폭 하락하면서 공산품 가격이 다소 하락했기 때문이다. 다만 딸기·사과 등 농산물이나 물오징어·멸치 등 수산물 가격은 큰 폭으로 뛰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실제로 작년 연말부터 채소 가격이 급등하는 ‘그린플레이션(채소+인플레이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파(寒波)로 채소 출하량이 감소한 데다, 외국인 인력이 줄어들면서 수확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청상추 4㎏의 도매 가격은 지난달 1만2910원에서 지난 19일 2만3840원으로 84% 올랐다. 풋고추는 10㎏ 도매 가격으로 한 달 사이 2배로 올랐다. 요즘 ‘금(金)추’로 불리는 배추 가격도 설 연휴를 앞두고 계속 오르고 있다. 19일 기준 한 포기에 4148원으로 한 달 전보다 3.3%, 평년보다 20%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