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신용카드 가입을 권유하는 장면/조선일보 DB

신용카드 모집인으로 20년간 일한 50대 여성 안모씨는 지난 2020년 일을 그만두고 빚을 내 화장품 가게를 열었다. 안씨는 “한창 잘될 때는 카드 모집 수당으로 한달에 800만원대를 벌기도 했다”며 “7~8년 전부터 점점 확장이 어려워지더니 월 수입 200만원도 간당간당해지는 시점이 되니까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백화점·대형마트 앞이나 지하철 역에서 신용카드 가입을 권하던 모집인들이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카드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된 데다, 신세대들이 온라인에서 카드를 비교해보고 가입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모집인들의 역할이 급속도로 축소되고 있다.

◇4년 사이 카드 모집인 반토막

13일 신한·KB국민·삼성·현대·하나·우리·롯데 등 7개 전업카드사에 따르면, 각 카드사에 등록된 모집인 숫자는 2016년만 하더라도 2만2872명에 달했다. 하지만 2017년 1만6658명으로 줄어들었고 이후 1만2607명(2018년), 1만1382명(2019년)으로 계속 감소하더니 2020년에는 9217명으로 1만명 선이 무너졌다. 작년 연말 기준으로는 8145명이다. 2017년과 비교하면 4년 사이 절반 넘게 줄어든 것이다.

카드 모집인이 급감한 이유로는 우선 카드시장이 포화 상태가 된 것을 꼽을 수 있다. 작년 11월 기준으로 신용카드는 전국적으로 1억1716만장이 발급돼 있다. 성인 1인당 약 2.5장에 해당한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때는 프리미엄급 카드를 하나 늘리면 모집인에게 수당 15만원을 지급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장이 포화돼 카드사들이 내실을 다지기 때문에 확장에 큰 비용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점점 줄어드는 신용카드 모집인

금융 당국은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 카드 확장 시 비싼 경품을 주지 못하도록 규제를 가하고 있다. 카드 모집인 A씨는 “요즘은 100장을 확장해야 300만원 정도 벌 수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 나가보면 한달에 20~30장 하기도 버겁다”고 했다.

새로 카드 고객이 되는 계층은 주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태생)인데, 이들은 온라인에서 직접 다양한 카드를 비교해본 뒤 고르고 있다. 카드사들은 홈페이지와 앱에 카드별 특성을 자세히 기재해 놓고 몇 차례 클릭만 하면 카드를 배송해준다. 모집인의 역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코로나, 보험 설계사보다 카드 모집인에 더 타격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지는 과정에서 카드 모집인이 보험 설계사보다 더 큰 타격을 받았다. 생명보험업계 등록 설계사는 2017년 3분기에 12만1823명이었다가 작년 3분기 8만6021명으로 감소해 4년 사이 30%가 줄었다. 이 기간 절반으로 줄어든 카드 모집인에 비해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런 차이에 대해 영업 방식이 다른 특성이 반영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카드 모집인은 쇼핑몰이나 길거리에서 확장을 하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꺼리는 코로나 시국에 결정타를 맞았다”며 “보험 설계사는 주변의 지인을 통해 확장하는 경우가 많아 전화 등을 통해 영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했다. 카드에 비해 보험은 상품 구조가 복잡해 설계사가 설명을 해줘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점도 다르다.

예전처럼 생계를 꾸리기가 어려워진 카드 모집인들은 다른 일로 옮겨가고 있다. 보험 설계사로 변신한 경우가 제법 있다. 카드 모집인들이 대부분 여성이고 상담 형태의 일을 해왔기 때문에 홈쇼핑 등의 콜센터 상담원으로 이직한 경우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당 종업원으로 취업한 사례도 많다고 한다. 카드설계사협회 관계자는 “줄어든 수입을 만회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다단계 사기로 피해를 봤거나 가상화폐에 투자를 했다가 큰돈을 날린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 카드사 임원은 “정부가 카드 수수료율을 계속 낮추는 바람에 신용 판매 부문에서 수익이 감소하고 있어서 확장에 애를 쓸 이유가 없다”며 “카드 모집인이 줄어드는 건 시대적인 변화로서 거스르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