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직원들이 “일손이 안 잡힌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한다고 약속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약속을 지키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국책은행이나 금융 공기업의 지방 이전은 과거 대선에서도 거론됐다 흐지부지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통령 당선인이 직접 나선 일이라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야당이 될 더불어민주당도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어 부산 표심을 고려해 산은 이전에 반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한 한국산업은행법을 국회에서 개정하는 절차가 필요하지만,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른 여건들도 산은에 불리합니다. 이미 한국거래소, 주택금융공사, 예탁결제원, 기술보증기금 등이 부산으로 본사를 옮겨서 일하고 있습니다. 금융 당국의 한 간부는 “코로나 이후로 화상회의가 보편화돼 지방 이전에 힘이 실리는 측면도 있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인수위 측과 대화 창구를 열기도 쉽지 않은 처지라고 합니다. 지난 2020년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의 저서 출간 축하연에서 “가자, 20년”이라는 건배사를 이끌어내며 더불어민주당의 장기 집권을 기원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산은 측은 “부산으로 가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정책 금융에 지장이 생긴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젊은 직원들 위주로 이직이 급증해 인력 유출 사태가 빚어질 거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반대 논리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부산행’이 산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도 나옵니다. 윤 당선인이 “산은을 필두로 해서 많은 은행의 본점이 부산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보니 산은뿐 아니라 수출입은행이나 예금보험공사까지 술렁이는 상황입니다.
산은은 부산으로 가게 될까요?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면밀하게 따져본 뒤에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