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창구를 방문하지 않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주택담보대출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가 2020년 8월 처음으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선보였고, 4대 시중은행이 모두 지난해 앱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하는 서비스를 내놓은 뒤 꾸준히 앱 구동 방식을 개선하고 있다. 소비자는 은행 창구를 방문할 필요가 없어 간편하고, 은행 또한 직원들을 장시간 상담에 투입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아파트 중심에서 빌라·다세대까지 확대
하나은행은 17일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인 ‘하나원큐 주택담보대출’을 아파트에서 연립 빌라와 다세대주택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외부의 감정평가 회사와 전산이 연결돼 있어 시세 조회와 공시 가격을 금방 확인하는 방식이다. 전국의 모든 아파트, 연립 빌라, 다세대주택을 대상으로 구입 자금은 물론 임차 보증금 반환, 생활 자금 등 용도에 맞게 집을 담보로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17일 기준 금리는 연 3.35%이고, 최대 한도는 5억원이다.
은행들은 앱을 통해 소비자가 본인 명의 스마트폰과 공동 인증서만 있으면 대출 한도를 금방 조회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한 신청부터 최종 실행까지 영업점 방문 없이 100% 비대면으로 진행 가능하다. 인감증명서 없이 전자 서명만으로 대출 신청과 승인이 가능하도록 하거나, 갖가지 필요한 서류를 촬영 또는 스크래핑(인터넷상 데이터를 가져오는 기술) 방식으로 접수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워낙 큰돈을 빌리는 데다 질문하고 확인할 게 많아 아직은 고객들이 창구 직원들과 상담하는 데 의존하는 편”이라면서도 “비대면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 앱 사용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대출 규제도 완화될 전망이라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이 점점 더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선두 주자인 케이뱅크는 첫 출시 1년 4개월 만인 작년 12월 누적 대출액 1조원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2월 주택담보대출 사업을 시작했다. 카카오뱅크는 대면 상담에 가깝게 소비자의 질문에 대답해주는 챗봇(대화 서비스 로봇)을 꾸준히 개량하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까지 2081건에 3202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이 비대면으로 실행됐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최고 5% 넘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날부터 은행별로 전날 대비 최대 0.12%포인트 올랐다. 전날 은행연합회가 4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1.84%로 한 달 전보다 0.12%포인트 올렸기 때문이다. 코픽스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점이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1.8%대로 올라선 것은 코로나 유행 이전인 2019년 5월(1.85%)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코픽스가 작년 4월만 하더라도 0.82%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1년 사이 두 배 넘게 올랐다.
이에 따라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루 사이에 일제히 올랐다. 특히, 최상단 금리가 4대 은행 모두 5%를 넘었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집을 구입한 사람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픽스 변화를 거의 그대로 반영하는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0.12%포인트씩 금리를 올렸다. KB국민은행은 연 3.42~4.92%였다가 연 3.54~5.04%가 됐고, 우리은행은 연 3.68~4.89%에서 연 3.8~5.01%가 됐다. 반면 코픽스보다는 금융채 금리를 많이 따르는 신한·하나은행은 0.01~0.06%포인트만 올랐다. 신한은행이 연 3.74~4.99%에서 연 3.75~5.05%로 올렸고, 하나은행은 연 3.81~5.11%인 금리를 연 3.84~5.14%로 올렸다. 신한·하나은행이 이날 상대적으로 금리 상승 폭이 작았지만 반대로 코픽스가 낮아질 때 금리 인하 폭이 KB국민·우리은행보다 작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여 대출 금리도 계속 상승할 것”이라며 “다만 가계 대출 증가를 억제하라는 정부 지침에 따라 이미 금리를 많이 올려놓았기 때문에 추가 상승 폭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