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 연 1.75%로 결정했다. 지난달에도 기준금리를 올렸던 한은은 2007년 7·8월 이후 14년 9개월만에 두달 연속 금리를 올렸다.
한은은 코로나 사태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역사상 가장 낮은 0.5%의 기준금리를 2020년 5월부터 작년 7월까지 유지했다. 이후 작년 8·11월, 올해 1·4·5월까지 5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모두 1.25%포인트를 끌어올렸다. 기준금리가 1.75%가 된 건 2019년 6월 이후 2년 11개월만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연말까지 금리를 연 2.5%까지도 올릴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는 금통위를 주재한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연말 기준금리가 연 2.25~2.5%가 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합리적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지금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높아졌기 때문에 당연히 시장의 전망이 올라간 것이 합리적 기대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올해 남은 4차례(7·8·10·11월) 금통위 가운데 2~3차례 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금통위에서 금리를 바꾼 최초의 총재로 남게 됐다. 이전까지 모든 역대 한은 총재는 첫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이 두달 연속 금리를 올리며 빠른 속도로 통화긴축을 하는 이유는 급격히 오르는 물가를 꺾을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이날 “앞으로 수개월 간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물가 대응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4월 물가 상승률은 4.8%로서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이날 한은은 올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4.5%로 대폭 올렸다. 한은이 4%대 물가를 전망한 건 2011년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3%에서 2.7%로 낮췄다. 당초 전망보다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둔화되는 흐름을 피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최근의 물가 상승세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원자재·식자재 가격 상승세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쟁 여파에 따른 원자재난으로 인해 에너지 수입이 많고 식량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이 ‘제로(0) 코로나’를 위해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한 여파로 물류 비용도 오르고 있다.
한은은 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6·7월에 두번 연속 ‘빅 스텝’을 예고했기 때문에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도 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빅 스텝’이란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공격적인 통화긴축 정책을 말한다.
연준은 지난 3~4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 스텝’을 밟았으며, 이날 공개된 당시 FOMC 의사록에는 6·7월에도 ‘빅 스텝’을 선택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연준은 의사록을 통해 “모든 연준 위원은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이 다음 두어번의 회의에서 적절할 것 같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의사록에는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60차례 나온다. 미국은 3~4월에 두달 연속 8%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고,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해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시하고 있다.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금리도 오름세를 보일 예정이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금리도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전국의 가계대출은 1859조원에 달한다. 이른바 ‘영끌족’을 비롯해 빚이 많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