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까지 치솟았던 미국 소비자물가가 누그러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당초 예상보다 기준 금리 인상 최종 수준을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은 연준이 다음 날(한국 시각 15일 새벽) 예정대로 ‘빅 스텝(금리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해 기준 금리를 연 4.25~4.5%로 끌어올리더라도 최종 금리가 연 5% 정도에서 멈추거나 그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전망대로라면 내년에 연준의 기준 금리 결정은 1~2차례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데 그친다.
그동안은 연준 기준 금리가 연 5%를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지만, 예상보다 낮은 7.1%에 그친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발표되자 ‘높아야 연 5%’ 정도로 바뀐 것이다. 11월 물가 상승률은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6월(9.1%) 이후 5개월 연속 상승 폭이 하락했다. 물가가 정점을 지났다고 볼 수 있는 흐름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투자 귀재로 불리는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내년 중반이면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했다. 기준 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툴’의 내년 전망에 따르면, 연준은 1분기에 연 4.75~5%로 금리를 높이지만 빠르면 9월부터 인하해 연말에 연 4.25~4.5%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러나 여전히 물가 수준이 높기 때문에 연준이 연 5% 정도의 고금리를 내년 연중 유지할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연준 내부에서 최종 금리 수준을 둘러싸고 매파(금리 인상 선호)와 비둘기파(금리 인하 선호) 사이에 논쟁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미국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한국은행 최종 금리도 연 3.5%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한은이 지난달 연 3.25%로 기준 금리를 올릴 때 이창용 한은 총재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 6명은 최종 금리 전망에 대해 연 3.75% 2명, 3.5% 3명, 3.25% 1명 등으로 전망했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9.7원 내린 달러당 1296.3원으로 마감했다. 9일 만에 다시 환율이 1200원대로 떨어졌다.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꺾이면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져 달러 강세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