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1년 사이 2%포인트나 올랐다. 대출 이자가 급등해 빚 갚기 팍팍하다는 아우성이 들리고 있다. 이럴 때 세심하게 신용점수를 관리하지 않으면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 낭패를 겪게 된다. 금융회사는 대출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와 대출 금리 및 한도를 정할 때 신용점수를 근거로 삼는다.
작년 1월부터 신용등급제가 폐지되고 신용점수제(1~1000점)로 전환됐다. 은행 거래를 원활하게 하려면 800점은 넘기는 게 좋다. 금융감독원·서민금융진흥원과 나이스(NICE)평가정보·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조언을 받아 신용점수를 지키는 요령을 크게 5가지 꼽아봤다. 세부적인 평가 기준은 신용평가사별로 다소 차이는 있다.
◇ ①안 쓰는 마이너스통장 정리하자
급전이 필요할 때 ‘신속 대출’ 광고 문구에 눈길이 먼저 갈 수 있다. 무심코 2금융권의 문을 먼저 두드리는 경우가 있지만, 가능하면 은행에서 해결하는 게 좋다. 이용하는 대출의 금리가 높을수록 신용점수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신용평가사 중에는 마이너스통장은 한도 전체를 부채로 잡아 신용점수를 산정하는 곳이 있다. 한도가 지나치게 높다면 줄여놓는 게 낫고, 안 쓰는 마이너스 통장은 아예 정리하는 게 신용도 유지에 도움이 된다.
주거래 금융회사를 정해 한 곳에서만 거래하는 것도 요령이다. 급여 이체나 공과금 납부 등 거래 실적이 은행 한 곳에서 쌓이면 대출이 2금융권에서만 가능하던 사람이 신용도가 올라 은행에서 가능하게 될 수도 있다.
◇ ②다중채무자는 오래된 연체부터 갚자
신용점수를 높게 유지하려면 연체를 조심해야 한다. 소액이라도 대출 원리금이나 신용카드 사용액을 밀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주기적으로 갚아야 할 결제 대금은 자동이체를 걸어두는 게 편리하다.
다중채무자는 대환대출을 활용해 대출을 받고 있는 금융회사 숫자를 줄이는 게 좋다. 만약 여러건의 연체가 발생했을 때는 오래된 대출부터 갚아야 신용점수를 덜 잃는다. 연체 기간이 길수록 신용점수에 불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의 한 간부는 “종종 연체 액수가 큰 대출을 먼저 갚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건 오해”라며 “액수가 작아도 오래된 연체부터 없애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은행의 경우 대출이자 납부 기한 이후 1개월이 지나면 그 다음날부터 미납이자에 대한 연체 이자를 부과한다. 이때 이자를 일부만 내더라도 이자 납부기한을 연장할 수 있는 계약 조건이 붙어 있는 경우가 제법 있기 때문에 거래 은행에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 ③신용카드 한도의 절반 이하로 쓰자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거래 실적은 중요한 평가 요소다. 카드를 발급받은 후 장기간 신용거래를 하고 있다면 신용점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과도한 현금서비스·카드론 이용은 자제해야 한다. 신용점수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통계적으로 현금서비스 이용자의 연체율이 미이용자의 연체율보다 높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금서비스는 소액이라 신경을 안 쓰는 경우가 있지만, 엄연히 대출이라는 걸 잊지 말고 연체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는 한도의 절반 이하로 사용하는 게 낫다. 전문가들은 한도의 30~50%를 쓰는 걸 권장한다. 한도에 가깝게 사용하면 무리하게 빚내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따라서 신용점수만 고려하면 한도를 사전에 늘려놓는 게 낫다. 또한 신용카드 숫자 자체는 신용점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여러 장을 발급받아 나눠 쓰는 것도 방법이다.
◇ ④MZ세대는 통신·공과금 납부 이력 제출하자
통신요금이나 공공요금을 6개월 이상 성실하게 납부한 정보를 신용평가사에 내면 신용평가 시 가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금융거래 이력이 짧은 대학생·사회초년생은 통신·공공요금 납부실적을 꾸준히 제출하면 신용점수를 올리는 데 요긴하다.
금융회사에서 보내는 갖가지 고지서를 제때 확인하지 못하거나 연체 통보를 제대로 받지 못해 피해를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주소·전화번호·이메일 등 개인정보가 변경되면 금융회사로 통보해 공지·알림을 받을 수 있게 하자. 금융감독원의 ‘금융주소 한번에’ 서비스를 이용해 여러 금융회사에 등록된 자신의 개인정보를 한번에 바꾸는 게 가능하다.
◇ ⑤신용정보 자주 확인하자
신용조회를 하면 신용점수가 떨어진다는 오해를 하는 이들이 있다. 나이스평가정보 관계자는 “신용조회기록은 신용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자주 자신의 신용 상태를 확인해보고 관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신용점수 조회가 가능한 대표적인 사이트는 신용정보원의 ‘크레딧포유’, NICE평가정보의 ‘NICE지키미’, KCB의 ‘올크레딧’ 등이다. 이런 사이트들에서는 각자의 신용점수 변화를 사전에 예측해볼 수도 있다. 신용변동 알람 서비스를 이용해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로 신용점수 변동 사항과 관련한 알림을 받는 것도 유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