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상위 제약사 20곳 중 17곳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등 수주 포트폴리오를 대폭 확대했다. 고객사 주문을 받아 바이오 의약품을 대신 개발하고 생산하는 CDMO(위탁 개발 생산) 기업으로서 입지를 강화한 것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4조5473억원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연간 매출 4조원을 넘어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세계 4위 기업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중국 견제 여파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수주 물량이 몰려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지난 19일 뉴욕 맨해튼에서 본지와 만나 “제5 공장은 4월 준공 예정이고 제6 공장은 투자 검토 최종 단계”라면서 “세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만큼 최첨단 공장을 빨리 짓는 곳은 없다”고 했다. 생산 규모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는 또 “ 인공지능(AI) 전문가도 영입했다”며 “생성형 AI가 사회 전 분야에 접목되는 시대적 흐름에서 앞서나가겠다”고 밝혔다.

◇“가장 주목하는 바이오 기술은 항체”
2020년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취임해 작년 말 연임에 성공한 존 림 대표는 생산 능력 강화, 포트폴리오 다양화, 글로벌 거점 확대를 ‘3대 축 확장 전략’으로 최근 내세웠다. 최첨단 공장 건설을 통한 생산 능력 강화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강점으로 꼽힌다. 존 림 대표는 “경쟁 업체는 공장 만드는 데 4년 걸리지만 우리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로 2년이면 만든다”면서 “새로 짓는 공장은 설비 통제 시스템을 통합해 제어와 데이터 관리 효율성을 높인 최첨단 시설”이라고 했다. 최근 삼성바이오가 AI 인재 영입에 발벗고 나선 이유도 생산 능력 강화와 관련됐다. 존 림 대표는 “AI로 품질과 생산량이 가장 우수했던 배양 결과를 찾아내는 ‘골든 배치(Golden Batch·가장 이상적인 최적화 공정)’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바이오 의약품은 온도, 용존 산소, 영양분 농도 등 수많은 변수가 영향을 끼치기에 매번 동일한 생산 결과를 얻기 어려운데, AI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재현 가능한 생산 공정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으로 확장하는 일도 주요 전략이다. 존 림 대표는 “항체 의약품의 대량생산은 잘하고 있고, 항체-약물 접합체(ADC)와 세포&유전자 치료제 확장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항체에 과잉 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 보면 아니지 않으냐”면서 “항체 시장은 계속 성장 중이고 새로운 항체가 개발되고 있다”고 했다. 예컨대 과거에는 생각도 못 했던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지금은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 기업에 발주할 때 우려하는 점 중 하나는 ‘안정성’이다. 존 림 대표는 “‘북한이 쳐들어오면 어떻게 되느냐’를 심각하게 물어온다”면서 “생산 거점 다각화를 위해 3년 동안 미국 현지 공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현재 미국 뉴저지와 보스턴,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 둔 글로벌 거점을 일본 도쿄로 넓혀 사업 확장 전초기지 삼는다는 계획이다.
◇“승부는 ‘인재(人才)’에서 갈린다"
직원 이직률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발주 계약을 맺기 전에 비중 있게 고려하는 점이다. 존 림 대표는 “고객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얼마나 능력 있고 숙련된 직원들을 보유하고 관리하는지가 중요한 요소”라며 “안정적인 생산과 운영을 위해 필수 요건”이라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직률이 3% 이하로 경쟁사(5~15%)보다 월등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관세 문제도 국내 바이오 업계가 대응해야 할 이슈로 꼽힌다. 존 림 대표는 “바이오 분야와 관련한 미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며 “고객사들과 논의해서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