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시내에 있는 독일 주재 미국대사관./위키피디아

독일에서 근무 중인 미국 외교관들에게서 이른바 ‘아바나 증후군’이 나타나 미국 정부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바나 증후군이란 원인 모를 두통, 이명(耳鳴), 어지러움, 균형감 상실, 청력 저하 등을 동반하는 증세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18일(현지 시각) 베를린에서 근무 중인 미국 외교관 가운데 적어도 2명이 두통과 메스꺼움을 느껴 치료를 받았으며, 미국 측이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바나 증후군은 2016년 쿠바 수도 아바나에 근무 중인 미국 외교관들에게서 처음 발견됐다. 그래서 쿠바 괴질이라고도 한다. 이후에도 비슷한 증상이 중국,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 해외 근무 중인 미국 외교관이나 정보 당국자에게서 나타났다. 지난해 미 국가안보회의(NSC) 당국자가 백악관 근처에서 갑자기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는 등 미국 내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미국은 2016년 첫 발견 이후 국내외에서 외교관·정보 당국자 약 130명이 아바나 증후군을 겪은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미국은 아바나 증후군의 원인을 특정 세력의 극초단파(microwave) 음향 무기 공격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 외교관들을 겨냥한 계획적이고 지능적인 공격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를 의심하고 있지만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부인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독일 주재 미국 외교관들에게서 아바나 증후군이 나타난 것에 대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서는 처음 발견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에 치료받은 외교관들은 베를린에서 거주지를 옮긴 직후 몸에 이상 증세를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증상이 나타난 외교관 중에는 미 정보기관 소속으로 베를린에 외교관 신분으로 파견된 이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언론들은 피해자들이 대(對)러시아 정보, 사이버 보안 등의 업무를 맡았다고 보도했다.

아바나 증후군에 대해서는 옛 소련이 만들어낸 공격 방식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중국이 비밀리에 개발한 전자파 기술이라는 설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CIA(미 중앙정보국)가 2011년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했던 요원들을 동원해 아바나 증후군의 원인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