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유엔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미수교국인 시리아와 10일(현지 시각) 공식 수교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정부 대표로 이날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해 아스아드 알샤이바니 시리아 신정부 외교장관을 만나 양국의 외교 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정부는 지난달 18일 국무회의에서 수교안을 의결한 데 이어 이번에 ‘대한민국과 시리아 간 외교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함으로써 공식 절차를 매듭지었다. 이로써 한국은 191개 유엔 회원국(남북한 제외) 모두와 수교한 국가가 됐다.
외교부는 “지난해 쿠바와의 수교 이후 유일한 미수교국으로 남아 있던 시리아와 이번에 외교 관계를 수립함으로써 우리나라는 191개 유엔 회원국 모두와 수교를 완결하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다”면서 “그동안 북한과의 밀착으로 관계가 두절되었던 시리아와의 양자 관계에 새로운 협력의 장이 열리게 됐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지난 9일 오후 서울에서 시리아로 출국해 이날 시리아 외교장관과 양국 첫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1992년 장만순 외교부 차관보가 시리아를 찾은 적은 있지만, 외교장관이 시리아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리아는 2011년부터 내전을 벌이다 지난해 12월 ‘북한 혈맹’이던 아사드 정권이 축출돼 과도정부가 수립됐으며 지난달 29일 내각을 구성하며 신정부를 출범시켰다.
조 장관은 회담에서 “시리아의 안정과 번영이 중동 평화, 더 나아가 글로벌 평화에 긴요하다”면서 “양국 수교를 바탕으로 한 양측 간 협력이 시리아 발전과 중동의 안정에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특히, 조 장관은 시리아의 국가 재건 과정에서 우리의 개발 경험을 전수할 의사를 밝히고, 제반 여건 개선 시 우리 기업의 재건 활동 참여 가능성도 타진했다. 아울러 의약품, 의료기기 및 쌀 등 인도적 물품을 제공함으로써 시리아가 직면한 인도적 위기 대응을 지원할 의사를 밝혔다.
알샤이바니 외교장관은 우리의 개발 경험 공유 의사 및 인도적 지원 계획에 사의를 표하면서, 대시리아 제재 완화를 위한 한국의 지원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시리아 재건에 있어 우리 측 기여 방안에 대해서도 지속 논의해 나가자고 했다.
알샤이바니 장관은 신정부는 과거 아사드 정권처럼 북한과 가까이 지내지 않을 것이라는 뜻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아사드 정권은 이스라엘과 1967년 3차 중동전쟁, 1973년 4차 중동전쟁에서 북한의 전투기 조종사 파병 지원을 받으면서 북한과 군사적으로 긴밀한 관계였다. 그러다 내전 끝에 정권이 무너지고 새 정부가 들어섰고 이에 따라 한국과 수교도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조 장관은 이날 아흐메드 알샤라아 대통령도 예방했다. 조 장관은 아사드 정권 축출 이후 포용적인 정부 구성을 통해 신정부가 성공적으로 출범한 것을 축하했다.
또 시리아가 포용적 정치 프로세스 지속, 극단주의에 대한 단호한 대응 및 화학무기 제거 등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해 나간다면 시리아 재건 및 지속적 경제 발전을 위한 우호적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하고, 이러한 신정부의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알샤라아 대통령은 한·시리아 외교관계 수립을 환영하고, 새로운 시리아의 출발에 한국의 지지가 긴요하다고 하면서 이번 수교를 통해 한국과 시리아가 국제평화에 기여하는 우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