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구치소에 수감 중인 카를로스 곤〈사진〉 전 닛산 회장이 지난 21일 법원에 두 번째 보석을 신청했다. 그는 "여권을 반납하고 감시용 전자발찌를 찬 채 도쿄 시내 자택에만 머물며 매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받겠다"고 호소했다. 이달 초 첫 번째 보석 신청 때 "프랑스에 머물되 재판에는 반드시 참석하겠다"고 한 것에 비하면 납작 엎드린 저자세다. 하지만 두 번째 보석 신청 역시 기각됐다.

일본 구치소 실태가 어느 정도이길래 이럴까. 곤 회장의 수감을 계기로 서방 언론들이 악명 높은 일본의 구치소 실태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도쿄구치소는 입소 절차부터 엄청난 굴욕을 준다. 28일(현지 시각) 프랑스 주간지 샬랑쥬는 512일간 도쿄구치소에 수감됐던 작가 사토 마사루의 증언을 소개했다. "완전한 나체가 돼 네발짐승처럼 엎드린 자세를 취합니다. 그러면 교도관이 천천히 그림을 그려가며 신체 특징을 자세히 기록하죠. 항문 검사도 하고요. 이때 너무 굴욕감을 느낀 나머지 죄가 없어도 자백하는 경우가 있어요."

곤 회장 같은 유명인사는 독방에 배치된다. 바닥에 다다미 3장이 깔려 있다. 화장실·싱크대까지 합쳐 2평도 안 되는 6.5㎡ 넓이다. 창문이 없어 바깥 풍경을 볼 수 없다. 난방 기구도 없다.

재소자는 오전 7시에 기상해 밤 9시에 취침해야 한다. 밤에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앉는 정좌를 하고 있어야 한다. 횡령 혐의로 도쿄구치소에 수감된 적 있는 프랑스 기업인 마크 카펠레스는 CNN 인터뷰에서 "(정좌하는) 자세가 흐트러지면 교도관이 주의를 주고,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다른 방에 끌려가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바닥에 엎드리는 벌을 받는다"고 했다.

프랑스 언론은 "곤 전 회장처럼 좌식 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종일 정좌 자세를 취하는 것이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곤 전 회장은 두 달 사이 체중이 9㎏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독방 안에는 매 순간 카메라와 녹음기가 24시간 돌아가며 재소자를 감시한다. 산책은 하루에 15분씩 두 차례 할 수 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독방의 2.5배 크기의 다른 방으로 이동해 바닥에 그려진 선을 따라 걸어야 하는 '실내 산책'이다.

면회도 제한적이다. 곤 전 회장처럼 혐의를 부인하면 가족을 접견할 수 없다. 가족과 만나는 것이 허용되는 경우에도 일본어로만 대화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본 작가 사토는 "교도관들은 정중한 편이고 육체적 폭력은 없다"며 "오로지 폭력은 정신적으로만 가해진다"고 했다.

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까지 나서 지난 27일 "곤 전 회장의 구금 기간이 매우 길어지고 있고 여건도 가혹하다"며 "프랑스 국민이 생각하는 최소한의 품위가 지켜질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