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7일(현지 시각) 런던 채텀하우스(왕립 국제문제연구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 아니다."

"타협은 더러운 말이 아니다."

"정치에서 최적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양보하려는 자세와 설득이 필요하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총리로서의 마지막 대중 연설에서 호소하듯 역설한 말이다. 그는 17일(현지 시각) 영국의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왕립국제문제연구소)에서 가진 연설에서 정치 지도자는 설득하고 양보하는 자세를 갖춰야 하며 필요할 때 타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이는 "원칙과 실용주의를 결합시키지 못하고 필요할 때 타협하지 못하는 무능이 모든 정치적 논의를 잘못된 길로 끌고 가고 있다"며 "이런 행태가 자신의 목소리를 계속 소리 높여 외치다 보면 결국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절대주의 행위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비판한 절대주의자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놓고 강경 노선 일변도로 치닫는 보리스 존슨 등 강경 브렉시트파를 가리킨다고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메이는 "절대주의자들은 다른 합리적인 견해를 수용하는 것을 거부하지만, 정치의 가치는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에는 승자와 패자가 나뉘지 않는다"며 "정치에서 최적의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서로 양보하려는 자세와 설득이 필요하다"고 했다. 메이는 브렉시트뿐 아니라 기후변화와 같은 국제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토론과 양보로 공통점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하며 타협은 더러운 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메이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이 중도의 길이 중요하다고 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극우든 극좌든 극단주의자들은 시궁창(gutter)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자가 포퓰리즘에 빠지는 것도 경고했다. 메이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거나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 아니며, 지도자는 사람들의 진정한 고민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이는 또 정치인들의 언어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는 것도 비판했다. 그는 "정제되지 않은 나쁜 말이 불행한 행동으로 연결되고, 증오와 편견이 그들이 하는 일을 어두운 곳으로 향하게 한다"고 했다.

메이는 2016년 6월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예상 밖으로 가결된 후폭풍으로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가 사퇴하자 마거릿 대처 이후 역대 두 번째 여성 총리가 됐다.

그의 총리 재임은 한마디로 브렉시트 진창에서 헤맨 시간이었다. EU와 합의한 브렉시트 방안을 올 들어 세 차례 표결에 부쳤지만, 모두 보수당 내 강경파의 반대에 막혀 좌절됐다. 메이는 야당이 주장한 제2국민투표 실시 방안을 수용해 돌파구를 여는 시도를 했지만 이것이 보수당 내에서 더 큰 반발을 부르자 지난 5월 말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