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12일 백악관에서 자신이 서명한 털시 개버드(가운데) 국가정보국 국장의 임명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개버드와 그의 배우자 에이브러햄 윌리엄스가 트럼프 곁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민주당 소속으로 연방 하원 4선 의원을 지낸 개버드는 2022년 탈당한 뒤 지난해 트럼프 캠프에 합류했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12일 백악관에서 자신이 서명한 털시 개버드(가운데) 국가정보국 국장의 임명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개버드와 그의 배우자 에이브러햄 윌리엄스가 트럼프 곁에서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민주당 소속으로 연방 하원 4선 의원을 지낸 개버드는 2022년 탈당한 뒤 지난해 트럼프 캠프에 합류했다./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행에 나서면서, 미국이 상대국과 관세를 똑같이 매기겠다는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가 우리나라에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지난 4일 모든 품목에 25% 관세를 물리려다가 한 달을 유예했고, 중국에는 예고한 대로 10% 추가 관세를 같은 날부터 매기기 시작했다. 지난 10일엔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다음 달 12일부터 부과하기로 했고, 다음 차례는 자동차·반도체·의약품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표’ 보편 관세와 상호 관세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국제 무역 질서의 혼돈이 극에 달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BDO 인터내셔널의 데이먼 파이크 연구원은 “세계관세기구(WCO) 소속 181국마다 관세는 모두 다르다”며 “(상호 관세 부과는) 거의 AI 프로젝트와 같은 수준”이라고 복잡함을 꼬집었다.

◇왜 부과하나? 누구한테? 어떻게?

대규모 무역 적자 해소에 나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상호 관세 카드로 세계 각국을 압박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괄적으로 같은 관세를 매기는 보편 관세만으로는 무역 적자 축소와 자국 산업 보호와 같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주요 타깃 국가와 일대일 협상에 나서는 상호 관세로 그물망을 촘촘하게 만들어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그래픽=이진영

조경엽 세리(CERI) 연구원장은 “보편 관세는 미국이 수입하는 물건의 가격을 전반적으로 올리며 미국 소비자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상대국의 관세율을 일대일로 비교하는 성격상 상호 관세는 전 세계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한 번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이렇다 보니 대상국은 차례로 확대될 전망이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도 이런 뜻을 내비쳤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은 11일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교역 상대국 전부를 들여다볼 것”이라며 “우리와 무역 적자가 가장 큰 나라들부터 사기 치는지 알아내고, 만약 그렇다면 잘못을 바로잡는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의 상품 무역 적자 규모가 1조1989억달러(약 1737조원)에 이르며 2022년(1조1835억달러) 기록을 깨고, 역대 최대를 기록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상호 관세 카드까지 내놨다는 것이다.

상호 관세 시행을 앞두고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많이 내는 나라부터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특히 인도와 유럽연합(EU)처럼 무역 적자가 크면서 미국과 관세율 차이가 많이 나는 국가가 타깃으로 거론됐다. 지난해 미국이 11번째로 많은 적자를 기록했던 인도는 미국에 수출할 때 평균 3% 관세만 물고 있지만, 미국산 제품을 수입할 땐 평균 9.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무역·통상 업계에서는 단순히 미국과의 관세 차이를 넘어 부가세와 같은 세금과 보조금 등 비관세 장벽까지 고려할 것이란 관측이 시행 전부터 나왔다. 미국이 EU에서 BMW 차량을 수입할 때는 2.5%의 관세가 붙지만, EU가 미국산 포드를 수입할 때는 관세만 10%를 매기고, 20% 수준인 부가세까지 더하면 세율은 30%에 이른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단장은 “EU가 관세 외에도 부가세를 많이 부과하는 상황에서 미국으로선 이를 더한 만큼을 차이로 인식해 상호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에 사용

무역 적자가 심각한 국가에는 전체 평균 관세를 비교해 관세를 올리고, 첨단 산업 보호와 같은 필요가 있을 땐 각국의 해당 품목에 대해서만 관세를 매기는 방식으로 상호 관세가 운용될 것이란 관측이 일찍부터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많이 내거나 정치적으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나라에 대해선 국가별 상호 관세로 위협하고, 반도체와 바이오 등 전략 품목을 수출하는 나라를 상대로는 품목별로 상호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