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국내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과 파생 상품에 25% 관세가 붙고, 이번 달 2일부터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도 25% 관세가 발효되는 상황에서 20% 안팎으로 추정되는 상호 관세까지 추가되면 ‘사실상 수출 길이 막힐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6836억달러(약 1007조원) 중 대미(對美) 수출은 1278억달러로 18.7%에 달했다. 우리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2% 중 90%를 웃도는 1.9%포인트를 수출이 만들어낸 상황에서 한국 경제 성장의 6분의 1쯤을 책임졌던 대미 수출이 직격탄을 맞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본지는 31일 국내 통상·산업 전문가들로부터 상호 관세까지 시행될 경우 자동차·일반기계·반도체 등 대미 수출 10대 품목의 향후 수출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자동차 부품, 가전 등 엎친 데 덮친 격
상호 관세는 앞서 부과된 철강·알루미늄 관세, 이번 달 2일 발효되는 자동차·자동차 부품 관세에 추가로 붙으며 국내 수출 제조업체에 부담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마치 ‘레고 블록을 쌓듯’ 관세가 하나씩 더해지면서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고율 관세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2012년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며 그동안 수출품 대부분이 무관세 혜택을 받아온 우리 산업계가 받을 충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 부품과 가전 등에는 상호 관세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자동차 부품은 이미 여러 품목이 철강·알루미늄 파생 상품으로 분류된 데 이어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 영향까지 받게 된다. 여기에 상호 관세까지 더해지면 관세율은 50%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각종 부속품이 철강·알루미늄 관세 영향을 받는 가전도 마찬가지다.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자동차 부품은 그동안 한미 FTA를 발판으로 대미 수출을 늘려왔지만, 각종 관세 대상에 잇따라 포함되며 수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앞서 국내는 물론,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구축해 미국으로 수출해온 가전도 피해가 우려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이미 미국 내로 일부 생산 기지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대미 수출 1위 품목으로 전체 수출의 절반쯤이 미국으로 향하는 자동차는 상호 관세까지 추가되면 피해 규모가 10조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생산량의 84%를 미국으로 수출한 GM 한국사업장은 사실상 수출을 멈춰야 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미 25% 관세가 시행 중인 철강 업계는 상호 관세 부과로 관세가 40~50%에 이르면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위기다. 미국은 지난해 우리 철강 수출액의 13%(43억달러)를 차지한 최대 수출 상대국이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상호 관세까지 부과되면 사실상 어느 나라도 이 같은 고관세를 감당하면서 미국 수출을 하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아직 미국 현지 공장 대부분이 건설 중인 이차전지 또한 당장 수출이 지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등은 ‘제한적’ 기대
다만 미국 시장에서 대체가 어려운 반도체와 석유화학제품 등은 그동안 없던 관세가 붙는 만큼 영향은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피해가 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와 석유화학제품은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7% 수준으로 크지 않고, 현지 생산이 적어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주요 생산국인 한국과 대만, 중국, 동남아가 모두 똑같은 관세를 적용받기 때문에 우리만 특별히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I(인공지능) 확산으로 판매가 늘어나는 SSD(대용량 저장장치) 등 컴퓨터, 변압기와 같은 기계류는 수요 확대가 관세 영향을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다만, 얼마나 많은 나라를 대상으로 관세가 부과될지, 언제부터 몇 %의 관세를 매길지 등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진단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