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서울 마포구에 사는 강재현(28)씨는 최근 친구와 함께 3박 4일간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그가 향한 곳은 도쿄나 오사카 같은 유명한 관광도시가 아닌, 일본 중북부에 위치한 인구 40만명 남짓의 조용한 도시 ‘도야마’와 ‘가나자와’였다. 강씨는 “일본 대도시는 워낙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데, 일본의 분위기를 더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곳을 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년에만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2900만명이 떠났다. 세대를 가리지 않고 해외여행이 일상이 되면서 좀 더 새로운 곳을 찾는 여행객이 늘어나자, 항공사들이 각 나라의 대표 관광도시가 아닌 낯설지만 호기심을 끄는 소도시로 잇따라 향하고 있다. 특히 항공사별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소도시 노선을 확대해 새로운 것을 찾는 소비자들 공략에 나선 것이다. 특히 유망한 지역의 노선을 선점해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어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장소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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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곳이 일본 소도시다. 일본 도시별 노선 운항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비행기 운항이 늘어난 도시는 총 19곳이었다. 이 중 13곳이 인구 100만명 이하의 소도시였다. 항공사들은 동남아·중앙아시아 등에서도 새로운 노선 찾기에 나서고 있어, 낯선 소도시를 공략하는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 소도시 향하는 항공사들

2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일본 남부 오키나와현의 작은 섬에 있는 도시 미야코지마는 2019년만 해도 한국에서 가는 운항편이 연간 6편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308편으로 50배 이상이 됐다. 올해 1~3월에만 이미 128편이 이곳으로 향했다. 인구 약 51만명인 일본 시코쿠 지역의 마쓰야마도 2019년엔 376편만 운항했지만, 지난해엔 1074편이 운항했다.

이스타항공은 작년 말 국내 항공사 중 처음으로 시코쿠 동부의 25만명짜리 소도시 도쿠시마로 가는 노선을 열었다. 올해 1~3월까지 총 82편이 운항했는데, 탑승률은 1월 74%, 2월 91%에 달한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도쿠시마를 아는 한국 사람이 많지 않은데도, 이례적으로 탑승률이 높아 독특한 곳을 찾는 수요가 많다는 걸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여행 수요도 뒷받침되고 있다. 교원투어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일본 전체 예약에서 일본 소도시의 비율은 22.5%로 집계됐다. 일본으로 떠나는 여행객 5명 중 1명 이상이 소도시를 선택한 셈이다.

일본 지자체들이 한국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인 것도 항공사들이 노선을 좀 더 쉽게 열게 해주고 있다. 예컨대 시코쿠 지역의 고치현청은 최근 서울특별시관광협회를 초청해, 현지 관광 협력과 홍보 투어를 진행했다. 유튜브 등 콘텐츠 플랫폼에서도 소도시가 인기다. ‘한국인 90%가 모르는 비밀스러운 소도시에서 하룻밤’, ‘오사카 질렸으면 일본 소도시 여행’ 등 소도시 관련 영상들이 수십 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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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중앙아시아, 중국 소도시 노선도 늘어

일본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까운 동남아·중앙아시아 등에서도 소도시 찾기가 이어지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5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 신규 취항한다. 보통 우즈베키스탄 여행은 사마르칸트나 부하라 같은 실크로드 도시 등이 중심이 됐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우즈베키스탄의 현재 문화를 경험하려는 여행자들을 겨냥한 노선이다. 진에어도 4월부터 중국 내륙 도시인 정저우 노선을 열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로 인도네시아 바탐에 정기편을 취항했다. 바탐은 인도네시아 리아우제도에 속한 섬 도시로 한국 여행객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곳이다. 인도네시아 하면 원래 발리, 자카르타 등이 유명했는데 제주항공이 새롭게 틈새 시장을 노린 것이다. 베트남 국영 항공사인 베트남항공의 경우 지난해 베트남 내에서 소도시로 연결하는 국내선을 늘렸다. 인기 관광지인 다낭에서 달랏, 부온마투옷, 껀터 등 베트남의 떠오르는 다른 소도시 여행객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