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박노해 지음|느린걸음|136쪽|1만8000원
1984년 시집 ‘노동의 새벽’으로 노동자 시인의 탄생을 알렸던 박노해(63)는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받은 뒤 7년 6개월 수감 끝에 1998년 석방됐다. 이후로 20여년간 세계의 가난과 분쟁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생명과 평화를 모색하는 ‘다른 길’을 찾아왔다.
박노해 시인이 낸 사진 에세이다. 지난해 펴낸 ‘하루’와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에 이은 세 번째 책. 에티오피아 고원의 바람이 부는 언덕, 티베트 초원의 강, 만년설산 넘어 양을 돌보는 파키스탄 청년의 모습 등 인간의 원형적 삶을 담은 흑백 사진들이 깊은 감명을 준다.
박노해 시인은 서문에서 “세상에서 가장 괴롭고 비참한 자는 길을 잃어버린 자다. 길을 잃고 나를 잃고 희망이 없는 자다”라면서 “우리에게 사라진 그 원형질을 품고 돌아 나와 진보한 오늘의 우리 안에서 새로이 살려내는 여명의 길 하나 찾고 싶었다. 그것이 살아남은 혁명가의 사명이라 생각하며 나를 내몰았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