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작곡가 이교숙(1924~2017·사진)이 작곡한 ‘국기에 대한 경례’가 탄생 64년 만에 대한민국 소유가 됐다. ‘국기에 대한 경례’ ‘해군가’ 등 고인이 지닌 총 92곡에 대한 저작권을 유족 측이 최근 국가에 무상 기증했다고 문화체육관광부가 4일 밝혔다. 1956년 작곡돼 1965년부터 정부 공식 경례곡으로 채택된 이 곡은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로 시작되는 낭송문 ‘국기에 대한 맹세’와 함께 주요 행사 국민의례 절차에 사용된다. 이 같은 저작권 기증은 2005년 작곡가 안익태(1906~1965) 유족의 ‘애국가’ 기증을 시작으로 지금껏 7676건 이뤄졌다.

이교숙은 가수 신중현 등에게 화성법을 가르친 1세대 현대 음악 연구자로, 제6대 해군군악대장을 지냈다. 해군군악대는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국기에 대한 경례’를 새롭게 연주해 실연(實演)에 대한 저작권을 국가에 기증했다. 이전까지는 각종 기념식이나 영화·드라마에서 이 음악을 사용할 경우 저작권료가 발생했지만, 이번에 새로 연주·배포된 음악은 무료다. 공유저작권 사이트 ‘공유마당’에서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다. 유족 측은 “국가를 위해 제작된 곡이고 고인 역시 저작권이 국가에 귀속되는 것에 동감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문체부를 통해 전했다. 새 음원 녹음에는 여주대 김민기 교수, 미국 그래미상 수상자 황병준 음향감독 등이 참여했다.

해군군악대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다시 연주해 녹음하고 있다. /해군

이 곡과 함께 낭송되는 ‘국기에 대한 맹세’ 목소리 녹음에는 배우 김남길이 재능 기부로 참여했다. ‘국기에 대한 맹세’는 1968년 충청남도 교육위가 처음 제작·보급했고, 이를 문교부가 1972년 전국 학교에 시행토록 한 뒤 1984년 법제화됐다. 이후 시대 변화 반영을 이유로 맹세 문구는 2007년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