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예정인 영화 뮬란의 국내 포스터

국내 개봉을 앞둔 디즈니의 실사 영화 ‘뮬란’이 중국 정부의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탄압 의혹이 제기돼 온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촬영되고 제작진이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시한 사실이 알려지며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이 영화의 주연배우인 류이페이(33·劉亦菲·유역비)가 홍콩 시위를 진압한 경찰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발언을 했던 것 때문에 홍콩·대만 등에서는 이미 보이콧 운동이 벌어졌다.

◇ 뮬란 제작한 디즈니 “신장 공안부에 특별히 감사”

7일(현지 시각)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뮬란의 엔딩크레딧에는 촬영 장소 중 하나인 신장 자치구 투루판시(市)의 공안 당국과 중국 공산당 신장 선전부 등에 대한 감사 표시(China Special Thanks)가 삽입됐다.

BBC는 신장 강제수용소에 위구르족을 비롯해 100만명 넘는 사람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디즈니가 소수 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에 앞장서는 당국에 감사를 표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디즈니가 감사를 표시한 기관에 대해 중국 전문가 에이드리언 젠츠는 “투루판 공안당국은 위구르인들이 구금된 수용소에서 재교육을 담당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신장 선전부에 대해선 신장 지역에서 국가 선전을 맡고 있는 곳이라며 “디즈니는 집단 강제수용소의 그늘에서 이익을 보는 국제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인권운동가 숀장도 “뮬란을 촬영할 때 투루판 공안당국이 얼마나 많은 위구르인들을 캠프에 수용했을까”라고 비판했다.

세계위구르회의(WUC)도 트위터를 통해 “디즈니가 동투르키스탄에 있는 수용소 운영에 관여한 투루판 공안국에 감사를 표했다”고 밝혔다.

◇ 주연 유역비 “홍콩시위 진압한 경찰 지지”

뮬란의 주연배우 유역비가 소셜미디어에 홍콩 시위를 진압한 경찰을 지지하는 글을 올린 게시물. /유역비 웨이보

앞서 뮬란의 주연 배우 유역비는 지난해 8월 자신의 웨이보 계정을 통해 “나는 홍콩 경찰을 지지한다. 나를 비난해도 된다” “홍콩은 수치스러운 줄 알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홍콩·대만 등 아시아권 영화팬을 중심으로 뮬란에 대한 보이콧(불매) 운동이 벌어졌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조슈아 웡은 7일 트위터에 ‘보이콧 뮬란’이란 해시태그(#)와 함께 “뮬란을 보는 것은 경찰의 만행과 인종차별을 외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무슬림 위구르인 집단 감금에도 잠재적으로 공모하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시민권자인 유역비는 2002년 중국드라마 ‘금분세가’로 데뷔한 뒤 드라마 ‘천룡팔부’(2004)와 ‘신조협려’(2006)를 통해 스타로 부상했고, 영화 ‘사대명포’(2013) ‘조조-황제의 반란’(2012) ‘초한지-천하대전’(2012) 등에도 출연했다. ‘제2의 왕조현’으로 불리는 중화권 최고 여배우 중 한 명이다. 유역비는 2015년 한·중 합작 영화 ‘제3의 사랑’(2016)에서 만난 배우 송승헌과 열애 사실을 인정해 한중 톱스타 커플로 주목을 받았으나 2018년 결별했다.


7일 조슈아웡이 소셜미디어에 영화 뮬란을 보이콧하자는 게시물을 올렸다. /조슈아웡 트위터


◇ 중국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뮬란

반중(反中) 정서가 뮬란에 대한 보이콧 운동을 이끌고 있지만, 뮬란은 정작 중국에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영화 뮬란은 1998년 제작된 애니매이션 작품을 실사화한 작품이다. 원작은 중국 남북조 시대의 여성 영웅의 이야기다. 하지만 영화화 과정에서 서구의 관점으로 동양 문화를 이해했다는 ‘오리엔탈리즘’ 논란에 빠졌다. 또한 시대 고증이 잘못됐다는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뮬란은 당초 올해 3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개봉이 계속 미뤄졌다. 디즈니는 결국 지난 4일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개봉했다. 국내에서는 오는 10일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여파로 일주일 미뤄진 1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