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헬퍼' 에 등장하는 여중생이 괴한에게 납치돼 강간당할 위기에 처한 장면. /네이버웹툰

“평소 ‘헬퍼’의 여성혐오적이고 저급한 성차별 표현에 진저리가 날 정도였다… 이런 성차별적인 웹툰이 네이버라는 초대형 플랫폼에서 아무 규제없이 버젓이 연재가 된다는 것은 남성들이 보기에도 문제가 있다.”

네이버웹툰 ‘헬퍼’가 선정성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과도한 신체·정신적 폭력성, 미성년자 강간 미수 등 웹툰 내 여성 등장인물에 대한 비인간적 묘사가 빈번히 등장하면서, 여성계가 아닌 이 웹툰의 오랜 남성 독자들이 먼저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2016년부터 시즌2가 진행 중인 ‘헬퍼’는 가상의 도시 가나시(市)를 배경으로 하는 잔혹성 짙은 격투 만화로, 독자 대다수는 남성이다.

지난 11일 이 웹툰의 팬카페 성격인 디시인사이드 ‘헬퍼 마이너 갤러리’에는 해당 웹툰이 제시한 왜곡된 여성관을 지적하는 팬들의 공식 성명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수욕장에서 납치당해 인터넷 생중계로 강간당할 위기에 처한 여중생들, 사이비 목사에게 성희롱 당하는 하반신 마비 장애인, VIP를 위해 잇따라 매춘을 자행하는 비행 승무원들 등 여성에 대한 문제적 묘사를 정리한 글 역시 전날 게시돼 인터넷을 달궜다. “역겹다” “이 만화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느냐” “지금껏 공론화되지 않은게 놀랍다”는 댓글 반응이 속출했다.

특히 최근 유료 미리보기 서비스를 통해 공개된 최신화에서 알몸으로 보이는 어느 여성 노인이 결박당한 채 모발이 다 뜯긴 머리에 주사기로 약물을 투여받는 장면이 결정적 도화선이 됐다. 11일 팬들의 공식 성명 게시글에도 “이번 9일 업로드된 ‘할머니 고문 장면’은 정말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다”는 문장이 담겨있다. 웹툰 줄거리 상 일반 할머니가 아닌 매우 강력한 힘을 지닌 캐릭터이긴 하나, 불필요하게 끔찍한 장면이라는 평이 압도적이다. 한 독자는 베스트 댓글을 통해 “주인공급 인물이 사지가 묶인채 뇌에 뽕 맞고 알몸에 머리털 다 빠져 침 질질 흘리는 모습이 네이버웹툰에 정상 연재될 수 있는 작화 수준이 맞느냐”고 비판했다. 독자들의 별점 테러가 잇따르며 이 연재분은 12일 현재 평점 1.8점대를 기록 중이다.

이 웹툰은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이지만, 극적 연출을 위한 표현의 자유를 감안하더라도 수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웹툰 측은 “심각한 수준의 선정성·폭력성은 편집 단계에서 작가에게 수정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연재처의 적극 조치가 전제되지 않는 한 사실상 이에 대한 규제 대책은 없다. 2017년부터 예술적 표현물에 대한 검열을 막기 위한 웹툰자율규제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연재처 측에 의견 전달 이상의 법적 강제 권한은 없다.

11일부터는 트위터 상에서 ‘#웹툰 내 여성혐오를 멈춰달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