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닷 인스타그램

연예인 가족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했다고 폭로하는 이른바 ‘연예계 빚투’의 시발점이 됐던 래퍼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27)이 24일 2년 만에 연예계 복귀를 선언했다. 지난 2018년 11월 빚투 의혹이 제기된 뒤 방송 하차 등 연예 활동을 중단했던 마이크로닷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25일 새 앨범 ‘Prayer’를 발매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사기 혐의로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1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 “2년간 전하고 싶었던 얘기 담아…진심 다가가길"

마이크로닷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지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담았다”며 “특히 책임감(Responsibilities)이라는 곡을 가장 먼저 들려드리고 싶다”고 했다.

마이크로닷은 “조심스럽고 한편으론 고민과 걱정이 많았던 작업 과정이지만 용기를 냈다”며 “부디 그간의 제 고민과 생각을 담은 진심이 여러분에게 잘 다가가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마이크로닷이 기존에 사용하던 인스타그램 계정은 몇 개월째 접속이 안 되는 상태다. 기존 계정에 접속하면 “제한된 프로필. 99세 이상만 볼 수 있는 프로필입니다”라고 나온다.

마이크로닷은 다른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식 계정은 해킹을 당한 상태입니다. 저의 두번째 계정입니다”라고 안내해 뒀다.

◇"사실무근" 강경 대응하다 결국 사과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1990년부터 1998년까지 충북 제천시 송학면에서 목장을 운영했다. 1998년 5월쯤 친척, 동네 이웃, 친구, 동창 등 지인 10여명에게 거액을 빌린 뒤 잠적했다. 당시 경찰이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지만, 신씨 부부가 해외로 도망가면서 수사가 중단됐다.

이들은 이후 뉴질랜드에 거주했다. 범죄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아들 마이크로닷이 방송에 출연해 유명세를 타면서다. 마이크로닷이 채널A ‘도시어부’와 MBC ‘나혼자산다’에 출연한 이후 인지도가 상승하자 ‘빚투’가 터진 것이다.

래퍼 마이크로닷이 채널A '도시어부'에 출연한 장면./채널 A

마이크로닷 측은 2018년 11월 의혹이 제기된 직후 “사실무근”이라며 “명예훼손으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피해자 가운데 일부가 1996년 6월 당시 작성한 고소장 등을 공개하며 논란이 커졌다.

이후 마이크로닷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가장 먼저 부모님과 관련된 일로 상처를 입은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최초 뉴스 기사 내용에 대해 사실무근이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겠다는 입장 발표로 (피해자들에게) 두 번 상처를 드렸다. 늦었지만 부모님께 피해를 입었다고 말한 분들을 한 분 한 분 직접 만나뵙고 말씀을 듣겠다”고 했다. 이어 “가족이 뉴질랜드로 이민 갈 당시 저는 다섯 살이었다”라며 “어제 기사들이 나오고 부모님과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까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래서 사실무근이며, 법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마이크로닷은 “그렇지만 입장 발표 후 올라온 다른 기사들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고 매우 고통스러웠다”며 “아들로서 제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먼저 한 분 한 분 만나뵙고 말씀을 듣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인해 상처입은 분들에게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며,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 방송선 “부모 사기 당해 수제비만 먹었다”

1993년생인 마이크로닷은 4세 때 부모를 따라 뉴질랜드에 이민을 가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힙합 그룹 올블랙으로 연예계에 처음 데뷔한 마이크로닷은 2015년에 힙합 예능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 참가해 이름을 알렸다. 이후 ‘도시어부’, ‘나 혼자 산다’, ‘국경 없는 포차’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빚투 논란이 커지면서 마이크로닷이 방송에서 털어놓은 과거사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2017년 12월 MBC 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 출연한 마이크로닷은 “뉴질랜드에 19억원짜리 집을 형과 함께 샀다. 그 집에는 부모님이 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듬해 1월 ‘도시어부’에선 “뉴질랜드 이민을 온 후 사기를 당해 2년간 수제비만 먹는 등 어렵게 살았다. 아버지가 엄청 돈이 많았는데 집 다섯 채를 한 번에 사려고 하다가 친척한테 사기당했다”고 말했다.

2018년 3월 이 방송은 마이크로닷의 부모가 뉴질랜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한국 음식점을 방문한 적도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닷이 2016년 발표한 곡에는 “아버지 연 매출이 10억원이 넘었다/어머니가 운영하는 한식당/예전에는 수제비만 먹었지만 이제는 맛집을 찾아다닌다”는 가사가 나왔다. 빚투 논란 이후 마이크로닷은 방송에서 줄줄이 하차했고, 당시 공개 열애 중이던 배우 홍수현과도 6개월 만에 결별했다.

래퍼 마이크로닷(본명 신재호·27)의 부모 신모씨 부부가 지난해 4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경찰에 체포돼 공항을 빠져나가는 모습./연합뉴스

◇부모는 상고 포기…올 5월 실형 확정돼 복역 중

경찰은 마이크로닷의 사과문을 토대로 수사를 재개했다. 이후 2018년 12월 마이크로닷의 부모를 대상으로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를 내렸다.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지난해 4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자진 귀국했고, 직후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마이크로닷의 부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부친 신모(62)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청구했지만, 모친 김모(61)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법원은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마이크로닷 부모는 지난 2018년 3월 채널A 예능 프로그램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 뉴질랜드 편에 출연했다./채널A

신씨 부부는 지인 14명에게 4억원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고 1998년 5월 뉴질랜드로 달아난 혐의(사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사기 피해자가 모두 10명이고, 피해 금액은 3억 9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신씨 부부는 이 가운데 6명에게 2억 1000만원을 갚고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부는 신씨에게 징역 3년을, 김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다만 김씨는 피해 복구 등을 조건으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지난 4월 항소심도 재판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신씨 부부가 상고하지 않으면서 5월 초 항소심 선고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불구속 상태였던 김씨는 교도소에 수감됐다.

마이크로닷은 지난 5월 1일 부모의 형이 확정되자 “2018년 11월 부모님에 대한 뉴스기사가 보도됐을 때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경솔하게 말을 내뱉어 피해자분들에게 상처를 드린 점 죄송하다”며 "그때의 경솔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고 지금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말로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의 잘못은 제 잘못이기도 하며 부모님의 반성 또한 자식인 제가 가져가야 할 반성이기도 하다”며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항상 주의하겠다”고 했다.

◇마이크로닷 인스타그램 전문

‘PRAYER’ 9월 25일 12PM 공개되는 앨범입니다.

이 앨범에는 제게 주어졌던 지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분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특히, ‘책임감(Responsibilities)’이라는 곡을 가장 먼저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조심스럽고 한편으론 고민과 걱정이 많았던 작업 과정이었지만, 용기를 내었습니다. 부디 그간의 제 고민과 생각들을 담은 진심이 여러분에게 잘 다가가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