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황’ 나훈아의 언택트 공연이 시청률 29%로 추석 연휴 첫날 지상파 시청률 전체 1위를 차지했다. 1일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방송된 KBS 2TV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전국 시청률 기준 29.0%를 기록했다. 3일 밤 10시 30분에는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의 비하인드를 담은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만의 외출’이 방송될 예정이다.
이날 나훈아의 무대는 서울에서 제주, 일본, 덴마크, 호주, 짐바브웨까지 사전 신청한 전세계 1000명의 팬들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중계하는 방식이었다. 1부 ‘고향’이라는 주제로 문을 연 나훈아는 4면이 전체 스크린으로 둘러싸인 무대에 커다란 배를 몰고 시청자들 앞에 섰다. 폭풍우에 파도치는 스크린 위에 선 나훈아는 어린이 합창단과 화음을 맞춰 ‘고향의 봄’을 부르고, 1996년 화면에 등장한 과거의 나훈아와 한소절씩 바꿔 부르며 시대를 넘나드는 열창을 보여줬다.
나훈아는 “오늘 같은 (비대면) 공연은 태어나서 처음해 본다”면서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입담과 유머를 과시했다. “우리는 지금 벨의벨꼴을 다보고 살고 있습니다. ‘오랜만입니다’하면서 손도 잡아보고 뭐가 좀 뷔야(보여야) 뭘 하지 이건 (관중) 눈빛도 잘 보이지 않고, 우짜면 좋겠노. 할 거는 천지 빼까리니까 밤새도록 할 수 있습니다. 기타랑 피아노 하나만 올려주면 혼자 하겠습니다.”
이날 깜짝 MC로 등장한 김동건 아나운서는 “신곡 아홉곡 중 ‘명자!’라는 노래가 마음에 와닿았다”면서 “제가 80이 넘었지만, 세 살 때 친어머니가 황해도 사리원에 계실 때 돌아가셨다. 제가 우리 어머니, 아버지 묘를 가보지 못하고 있다. 제 마음 같은 사람이 하나 둘이겠느냐. 이산가족 모두가 이런 마음일 것이다”며 나훈아가 최근 발표한 신곡 ‘명자’를 소개했다. 명자는 6·25 70주년을 기념해 만든 곡. 가수 하림의 하모니카 반주에 맞춰 나훈아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퍼졌다.
나훈아는 이어 역시 신곡인 ‘테스형’을 비롯해 '공' ‘청춘을 돌려다오’ 등의 명곡을 이어불렀다. ‘국민송’으로 불리는 ‘영영’을 부르면서는 “못잊을 거….....” 라면서 1분 가까이 숨도 쉬지 않고 내지르는 등 나이가 느껴지지 않는 파워로 시청자들을 감동시켰다.
천하의 나훈아도 세월을 비껴갈 순 없었지만 의상만큼은 젊고 화려했다. 흰 런닝셔츠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무대를 뛰어다니다는가 하면, 3부에선 한복을 차려입고 직접 북을 치면서 ‘대한민국’을 외쳤다.
최고의 작사작곡가이기도 한 나훈아의 1인 토크쇼이기도 했다. “우리는 지금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습니다. 주름이 생기는 원인이 스트레스이지요. 아까 부른 신곡 중에 ‘테스 형’이 있는데 소크라테스 형에게 제가 물어봤거든요. ‘테스 형 세상이 왜이래. 세월은 또 왜저래’ 물어봤더니 테스형도 모른다 카대요. 테스형이 아무 말도 없습니다. 세월은 너나나나 할거 없이 어쩔수 없나 봅니다.”
그의 ‘철학적 훈수’는 계속 이어졌다. “제가 잘 모르긴 해도 살다 보니까 세월은 누가 뭐라 해도 가게 되어있으니까 이왕에 세월이 가는 거 우리가 끌려가면 안 됩니다. 세월의 모가지를 딱 비틀어서 끌고 가야 하는데 이렇게 끌고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여러분, 날마다 똑같은 일을 하면 끌려가는 거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안 가본 데도 가보고. 나는 죄는 안짓지만 파출소에 한 번 가서 캔커피 사드리고 ‘수고하십니다’ ‘구경하러 왔다’ 하고 한번 파출소 구경도 해봐야 합니다. 안하던 일을 하셔야 세월이 늦게 갑니다. 지금부터 저는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갈 거다. 여러분도 저와 같은 마음이 되어주셔야 합니다.”
무대에는 언제까지 설 것이냐는 질문에 나훈아는 잠시 망설였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내려올 자리나 시간을 찾고 있습니다. 이제는 내려올 시간이라 생각하고요, 그게 길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일흔네 살 가황 나훈아가 “젖무근 힘을 다해 노래한” 2시간40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