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자 선생님이 ‘앞으로 100년은 후배들 몫이다’라고 하신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시상대에서 환히 웃던 선생님과 눈이 딱 마주쳤는데, 굉장한 책임감이 느껴졌죠. 얼마 전 뵈었을 때 우리 전통가요가 사라져가는 게 아쉽다던 선생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트로트 열기로 후끈했던 이번 추석 연휴는 가수 임영웅에게 "배움의 시간”이었다. 1일 방송된 TV조선 ‘2020 트롯어워즈’에서 6관왕을 차지하며 톱스타의 입지를 굳혔지만, 그는 시상식 후 가진 인터뷰에서 “가야 할 길이 한참 멀었다”고 했다. 연휴 내내 뜨거운 화제를 몰고 온 이미자, 나훈아 등 ‘트로트 거성’의 열창이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신인상, 인기상, 글로벌 스타상 등 6관왕을 휩쓴 것에 대해서는 “잠깐 이슈가 됐을 뿐인 제가 너무 많은 상을 받아 100년 트로트 역사를 이끌어온 대선배님들께 죄송했다”고 말했다.
–‘트롯어워즈’를 통해 MC로도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그냥 얼떨떨했다. 이미자, 남진, 하춘화 선생님 등 트로트 거인들과 함께한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이런 시상식이 생겨서 정말 기쁘다, 눈물 난다’ 말씀해주시니 가슴이 벅찼다."
–본방송 전 이미자씨 리허설을 현장에서 지켜본 소감은?
“너무 놀라 말이 안 나왔다.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는 게 이런 거구나 깨달았다. 유튜브로 보던 감동에 비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트롯어워즈’ 전날 방송된 KBS ‘나훈아 콘서트’도 큰 화제였다.
“이게 바로 우리 트로트 대선배님들의 모습이구나 하는 자긍심이 솟구쳤다. ‘트로트’ 한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난 가야 할 길이 멀었다’는 걸 절감했다.”
–자극이 됐다는 뜻일까?
“자극이라기보단 많이 배운 시간이다. 나훈아 선생님 무대를 보니, 왜 그분이 대중의 사랑을 많이 받는지 알겠더라. 유창하게 말을 꾸며내는 게 아니라, 진심을 담아서 한 말씀 한 말씀 하시고, 노래 역시 진심을 담아 한 소절 한 소절 잇는데, 정말 한순간도 놓칠 수 없었다.”
–영웅씨를 비롯해 트롯맨들도 한국 트로트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2030세대로 하여금 트로트의 진수를 맛보게 했다.
“‘미스터트롯’이란 프로그램의 매력 덕분일 것이다. 트로트가 올드하고 촌스러운 노래가 아니라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 기쁘다.”
–트롯맨들 덕분에 이미자가 누군지, 나훈아가 누군지 알게 됐다는 젊은이도 많다.
“우리가 트로트와 대중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 다만 이미자, 나훈아 선생님 노래를 제대로 소화하려면 그 시대를 더 깊이 이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정서, 아픔과 설움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50년, 60년 후 임영웅의 모습은 어떨까? 이미자, 나훈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그럴 리가. 큰 욕심 없다. 지금처럼 위로가 되는 노래, 팬들과 더 가까이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가수로 살아갈 것이다."
–‘2020 트롯어워즈’ 6관왕을 휩쓸었다.
“100년 트로트 역사에 잠깐 이슈가 됐을 뿐인 제가 너무 많은 상을 받아 선배님들께 죄송할 뿐이다. 트롯맨들을 대표해 받은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증거 아닐까.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다만 내가 뭐가 잘나서 이런 사랑을 받는지,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이 자리에 있는지 스스로 의아할 때가 많다."
–‘미스터트롯’ 이후 일상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 같다.
“꿈인가 현실인가, 아직도 얼떨떨하다(웃음). 행복하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 힘들고 지칠 때도 있고.”
–무엇이 가장 힘든가.
“잠을 많이 못 자는 거?(웃음) 목소리가 잘 안 나오면 겁이 더럭 난다. 가수 수명이 짧아지는 거 아닌가 싶어서.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컨디션을 조절하고 목소리 컨트롤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가고 있다. 또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 인터뷰 할 때 조금 힘들고, 광고나 화보 촬영하는 것도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럴 땐 축구로 푼다."
–‘바램’의 가사처럼 힘들고 외로운 순간이 온다면?
“‘미스터트롯’ 이전의 삶을 되새길 것이다. 초심이 흔들릴 때마다 '진'이 됐을 때의 그 눈물을 돌아볼 것이다."
–신곡이 언제 나오는지 기다리는 팬들 많더라.
“이미자, 나훈아 선생님 콘서트 보면서 깨달았다. 시간에 쫓겨 억지로 노래를 만들 게 아니라, 진심이 담긴 노래를 만들 때 대중의 가슴을 뚫고 들어갈 수 있다는 걸. 흔히들 트로트를 한국인의 한과 흥을 담은 노래라고 하는데, 내게 트로트는 사랑인 것 같다.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아우르는 그런 노래를 오래오래 부르고 싶다."